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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여행] #1 나는 인도 아니면 안간다.

by 곰같은 남자 2021. 1. 31.
대한민국, 인천 - 2011. 11. 어느 날.

 

동생이 물었다.

"오빠 이번 겨울방학 때 같이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보러 갈래?"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잠이나 자라. 캄보디아는 무슨 캄보디아냐? 나는 인도 정도 여행지 아니면 갈 마음 없다."

"음... 인도는 조금 그런데... 다른 데 좀 생각해봐"

 

대한민국, 인천 - 2011. 12. 30

 

집 앞 돼지껍데기 집에서 친구와 술을 한 잔하며 말했다.

"아... 내가 입 밖으로 꺼낸 소리 반만 지켰어도 지금쯤 여기 앉아서 돼지껍데기 먹으면서 보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생각해보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내가 계획한 것을 반의 반도 못 지키며 살아가고 있었다. 

친구가 말했다.

"야 그럼, 우리 이번 겨울방학 계획을 세워보고 딱 반만 지키자"

좋은 생각이었다. 반을 못 지킨 사람은 겨울방학이 끝나는 날 술을 거하게 한잔 사기로 했다.

 

친구 녀석은 자격증 취득과 자전거 여행을 이야기했고, 나 역시 자격증 하나와 자전거 여행, 그리고 해외여행을 이야기했다. 어찌 보면 내가 손해였다. 녀석은 두 가지를 말했으나, 나는 반을 지키려면 3가지 중 2가지 약속을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어이가 없지만, 12년 1월 2일 우리는 함께 자전거 여행을 떠났다. 녀석은 벌써 반을 지키게 되었다. 

문제는 나였다.

 

대한민국, 인천 - 2012. 1. 어느 날.

 

방학에 공부는 무슨 공부인가 싶었다. 자격증을 막상 따려니 너무 귀찮았다. 여행은 더 귀찮았다. 차곡차곡, 의미 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소파에 누워있는데, 불현듯 지금의 내가 너무나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연도 12월 30일 날 또 친구랑 돼지껍데기 집에 앉아서 '내 입 밖으로 꺼낸 소리 반만 지켰어도...' 타령을 반복할 것만 같았다. 그때 어머니가 거실로 나왔다. 텔레비전을 끄고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나 인도를 좀 다녀와야겠어"

 

옆동네 가듯 인도를 간다고 말하고는 아버지 대한항공 마일리지를 이용해 뭄바이 왕복 티켓을 구매했다. 동생도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함께 가고 싶다고 하였다. 뭐, 그래 혼자 가는 거 보다는 낫겠지 싶은 마음에 승낙했다. 최대한 여행을 오래가고 싶은 마음에 돌아오는 날짜도 수강 신청하는 날을 지나서 잡았다. 어떻게 되겠지 싶은 마음으로 그냥 내팽개쳐두었다.

 

인터넷 인도 여행 카페에 가입하여 4일간 여행 정보를 수집한 후 20살 여자와 24살 남자가 인도 뭄바이 땅을 밟았다. 겁도 없이 말이다. 참고로, 2012년 2월 마지막 날, 66%의 약속을 지킨 나는 친구 녀석에게 술을 얻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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