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돈을 매우 잘 모읍니다. 소비 통제를 잘하는 편이고 필요 없는 물건은 절대 구매하지 않습니다. 있는 물건도 필요 없다고 느껴지면 가치가 하락하기 전에 바로바로 중고마켓에 팔아버립니다. 그렇기에 직장생활을 하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돈에 쪼들리거나 어떻게 하면 저축금액을 늘릴 수 있을까 고민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친구들, 선배, 후배들과 술을 한잔씩 하다 보면 왜 돈이 안 모이는지 모르겠다 말하거나, 돈을 도대체 어떻게 모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습니다. 돈이 모이지 않는 습관들을 많이 가지고 있더군요.
걔 중에는 너무 단순한 습관이라서 바로 고칠 수 있는 것이지만, 때로는 돈이 모이지 않는 구조적 문제에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집단과 소비성향입니다.
집단의 소비성향과 지출 통제
사람은 누구나 어딘가에 소속되어 살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가족이며, 친구이자, 선배이고, 후배이고, 모임의 일원입니다. 그렇기에 어딘가에 소속이 되면 그들의 행동과 생각을 공유하는 경향이 짙습니다. 정치, 사회, 국제, 비즈니스, 심지어 야구 응원팀 등 여러 가지가 적용되겠지만, 소비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모임은 각기 다른 소비성향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고등학교 동창 친구들은 항상 명품 정장, 구두, 시계 이야기를 하고, 만날 때마다 쇼핑을 하고, 돈에 구애받지 않고 맛있지만 비싼 음식집 투어를 하는 것과 같이 말이지요.
이럴 경우, 그 집단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하나는 나를 제외하고 전부 경제적 능력이 넉넉하여 소비에 부담이 없는 집단입니다. 이들은 실제로 돈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소비 성향이 크고, 그렇게 소비를 하더라도 자신의 경제력에 큰 타격이 없습니다.
이러한 집단의 소비를 내가 따라갈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보다 지출이 많을 경우가 문제입니다.
두 번째 집단은 돈이 넉넉하지 않은데 자신의 경제 능력보다 소비가 더 큰 사람들입니다. 각자 그들의 삶을 존중하기 때문에 그들의 소비방식이 전혀 문제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돈을 모으고 싶은 분이 이러한 집단에 소속되어 소비가 크게 늘어났다면 돈을 모으기에는 최악의 집단입니다.
아쉽지만, 이런 집단은 굳이 곁에 두고 오랫동안 볼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소비 성향을 바꾸고 돈을 모으고, 투자를 해서 조금 더 달라진 모습으로 바뀌기를 원한다면 서서히 그들과 멀어져도 괜찮다고 봅니다.
문제는 첫 번째 집단입니다.
그들의 소비는 전혀 문제가 없으나, 내 수준에서는 소비가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니까요. 이럴 경우, 그냥 솔직하게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하는 게 좋습니다.
"얘들아 미안한데 나 진짜 앞으로 3년만 돈 열심히 모아볼 생각이야. 당분간 조금 모임에 못 나오더라도 이해 좀 해줘."
"미안한데 요번 달 내가 생각해놓은 생활비를 다 썼다. 오늘은 좀 싼 데 가서 먹자"
"이건 나한테 별로 필요한 물건이 아닌 거 같아. 나는 다음에 살게. 너네만 사"
와 같이 말하는 것이지요.
좋은 사람들이고 정상적인 경제 능력과 관념을 갖고 있다면, "응 그래 넌 돈 없으니까 이제 우리랑 보지 말자!"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나서 세상사 이야기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조금 더 저렴한 곳에서 식사를 한다거나 쇼핑의 횟수를 줄입니다.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물론 소비 성향이 다르니 나를 제외하고 그들끼리 따로 쇼핑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습니다. 그런 부분은 인정하고 감안해야 할 일입니다. 집단의 과한 소비가 부담스럽고 자신이 돈에 쪼들리는데, 단지 그 모임의 소비 성향을 따라가기 위해서 능력을 넘는 소비를 해야 한다면 앞으로도 지출 구조는 바꾸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의지입니다.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방향과 삶의 비전을 고민해봐야 합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이 집단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우선이라면 그들의 행동과 소비패턴을 따라가면 됩니다. 돈을 모으겠다는 생각은 잠시 접어두어야겠지요. 하지만 돈을 모으는 데에 집중하겠다고 결정했다면 솔직하게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자신이 생각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는 게 좋습니다.
때로는 집단에서 이탈당할까 봐 두려움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려워하지 마세요. 자신과 맞지 않는 집단과 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없으며, 실상 오래가기도 어렵습니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빼곡히 들어서 있는 게 사람입니다. 앞으로 자신이 바라보는 삶의 방향이 정해져 있다면, 노력하지 않아도 1년, 2년 후에 자시의 성향, 취미, 생활 패턴이 맞는 그 누군가로 주위가 재편됩니다.
정말로 돈을 모으고 싶다면 자신의 소비 능력을 뛰어넘는 집단에 집착하지 마세요. 새로운 사람은 어디에나 있고, 언제든지 나타납니다. 투자의 첫 단계는 저축이고, 저축의 첫 단계는 적당한 수준의 소비 통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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