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바라나시 - 2014. 1. 21 ~ 30
네팔의 룸비니에 있을 때였다. 아침 공양 후 미숫가루를 마시고 있는 나에게 아주머니 한 명이 다가왔다. 그녀의 남편과 대화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에 한국인임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가온 아주머니가 나에게 사진기를 건네주며 "픽쳐, 픽쳐" 라며 검지 손가락으로 촬영 버튼을 누르는 제스처를 하는 게 아닌가. 벙 찐 내가 카메라를 받아 드니 스님 옆으로 다가가 자세를 취했다.
아니, 사진 한 장 찍어주세요도 아니고 픽쳐, 픽쳐라니... 그래도 사진은 찍어줘야 하니까 "네 찍어드릴게요" 말하고는 사진을 찍으려는데, 아주머니가 말했다.
"와 한국말 잘하시네~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 호호호"
나를 전혀 한국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는 듯하였다. 사진을 찍고 사진기를 돌려주면서 "저 한국사람이에요"했더니 아주머니가 옆에 서있던 남편에게 말했다. "우와 농담도 잘하신다. 호호 한국말 잘 배우셨네" 그 말을 들은 옆의 남자는 미안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주머니는 끝까지 내가 한국인임을 믿지 않는 듯했다.
대부분 한국사람들은 나와 대화를 하기 전에 한국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로 태국이나 베트남 여행자이거나 일본인인 줄 알았다는 사람이 많았다. 심하게 탄 얼굴과 수염, 깡 마른 몸 때문인 것 같았다. 거기에 더해 긴 머리카락과 흐리멍덩한 눈 때문인지 유독 나에게 대마를 판다고 접근해오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네팔 타멜거리에서도 한 3~4번은 만났다. 다가올 때는 어찌나 패턴이 똑같은지, 모두가 쓱 다가와 "마리화나, 마리화나" 작게 속사였다. 필요 없다고 말해도 굉장히 끈질기게 따라오며 싼 값에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가장 어이없게 약쟁이 취급을 당한 것은 인도 바라나시였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가 않는데 해가 질 무렵 가트를 배회하는 어느 날이었다. 아마 맥주를 사러 외곽의 가게로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한참을 걸어가고 있는데 누군가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뒤를 돌아보니 현지인이었다.
"블라블라, 어쩌고 저쩌고, 쏼라쏼라"
전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 언어를 엄청난 속도로 뱉어냈다. 이해가 안 돼서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니 그도 나를 빤히 쳐다봤다. 서로가 얼굴에 물음표를 머금고 쳐다보다가 그가 먼저 다시 나에게 물었다.
"네팔 사람 아니야?
"아니야... 나 한국사람이야"
"너 한국사람 같지 않아. 전혀 한국 사람스럽지가 않네"
기분이 나빴으나 자주 당해오던 일이기에 무시하고 길을 가려는데 그가 계속 따라왔다. 그러면서 나에게 물었다.
"어디 가는 중이야?
"그냥 가트 주변 구경하고 있는 중이야"
"나 지금 방(Bhang) 사러 가는데 같이 갈래?"
이는 무슨 전개인가 싶었다. 바라나시에서는 방(Bhang)이라는 대마 비슷한 물건을 정부가 지정된 가게에서 판매를 하는데, 그가 나에게 함께 가게에 가서 방을 사자는 뜻이었다. 내가 도대체 왜 너랑 방을 사러 가야 하는지 물어보니 어차피 너도 살 거 아니냐 물었다. 이런... 언제 봤다고 나를 약쟁이 취급하는 건지... 정색을 하며 필요 없다고 이야기하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날 보고는 나에게서 멀어져 갔다.
숙소로 돌아와 거울을 봤지만,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약쟁이 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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