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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이야기/평범한 오늘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2021. 01. 12]

by 곰같은 남자 2021. 1. 12.

집으로 퇴근을 하는데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어떤 아이 둘은 서로 썰매를 끌어주더군요.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핸드폰을 꺼내서 사진 한 장을 찍었지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다시 집으로 향하려는 찰나, '내가 눈을 만져본 게 언제였더라...' 싶었습니다. 몸을 구부려 눈을 만졌습니다. 아주 차갑고 부드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니 1층 마당에 뽀얗게 눈이 쌓여있더군요. 집에 가방을 두고 동생에게 눈사람을 만들자 하였습니다. 춥고 귀찮다고 할 줄 알았는데, 동생도 오랜만에 내리는 눈이 반가웠나 봅니다. 군말 없이 두툼한 후드티를 걸쳐 입고 나왔습니다. 저랑 동생도 20여 년 전에는 함께 눈사람도 만들고는 했겠죠. 뭔가 느낌이 이상하더군요.

 

 

눈이 녹으면 사라질 대충대충 만든 눈사람이지만 귀엽습니다.

 

눈은 성가신 존재였습니다. 퇴근길 밀리지 않을까 걱정하게 만들었고, 길을 걸을 때에면 미끄러지지 않을까 피해 다녔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생각했는지 기억을 더듬어봐도 잘 기억이 나지는 않네요. 이렇게 나이가 먹어가는 거겠지요. 그러나 오늘은 책상에 앉으니 옛날이 그립습니다. 너무 축 쳐져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계획했던 30대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중간 가끔씩은 이런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행복을 오늘 또 하나 발견했네요.

 

내년 또 눈이 오면 동생이랑 다시 눈사람을 만들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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