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카트만두 - 2014. 1. 16
어제 저녁 식사를 함께한 두 명의 동생이 한국으로 돌아가는 날이었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오후라 오전에는 여유가 있어서 함께 아침 식사를 하기로 했다. 여자 동생은 원래 아침밥을 안 먹는다고 하여 남자 동생만을 데리고 식당으로 향했다. 한국에서 살다가 네팔로 돌아오신 분이 운영하는 한라산이라는 음식집이었는데 반찬도 넉넉하게 주시고 음식 맛 또한 좋았다.
그들이 한국행 비행기를 타러 떠날 때까지 함께 있기로 했다. 짐 정리를 마치고 공항행 택시가 도착했을 때 그들은 내 여행이 안전만이 가득하기를 바라 주었고 자그마한 봉지에 네팔 과자 몇 개를 넣어 내 손에 쥐어주었다. 마지막까지 세심하게 나를 배려해주었으나,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하여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포카라로 가기 전, 카트만두를 구경하지 못했기에 시내 구경을 함 겸 밖으로 나왔다. 여유롭고 느긋하게 거리를 돌아다니려 했는데 그것은 불가능한 도전과도 같았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경적, 매캐한 매연, 북적거리는 사람들이 넘쳤다. 사람들에 치여 정처 없이 돌아다녔다.
길을 걸으며 많은 풍경을 만났다. 학생들이 지진과 관련된 시위를 하고 있었고, 금관 악기를 들고 행진하는 군인들도 마주했다. 자그마한 가게에 들러 부족한 옷가지도 보충하려 했지만 괜찮은 재질의 티를 발견해도 디자인이 너무 촌스러워 구매한 것은 없었다. 그저 정처 없이 물 흐르듯 거리를 흘러 다닐 뿐이었다.
2~3시간을 걸어 다니니 다리가 아팠다. 예쁜 처마가 인상적인 건물에 앉아 쉬고 있는데 시장 골목을 걸을 때와는 풍경이 달랐다. 예쁜 건물들이 줄지어 서있었고 가족단위의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여행자들도 훨씬 많아졌다. 작은 간이 무대에서는 만담 공연도 펼쳐지고 있었다. 여기가 어딘가 싶어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켜보니 더르바르 광장 한 중앙이었다.
네팔 관광 정보를 얻을 때 더르바르 광장 입장료를 내면 바보라는 소리가 있었는데, 무슨 뜻인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따로 광장 구역을 지정한 것이 아니라 수많은 갈래길들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말 그대로 광장이었다. 그제야 왜 내가 앉아있는 건물의 처마가 예쁜지 알 수 있었다. 이 또한 과거 유산 중에 하나였다.
이곳에 더르바르 광장이라는 것을 모르기 전까지는 입장료에 대한 걱정이 없었는데, 막상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고 관광지에 있으니 마음이 불편했다. 굳이 입장료 내는 곳을 찾아서 입장료를 낼 필요는 없었지만, 입장권 검사를 하는 공무원이라도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이토록 간사하고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것을 느끼며 길을 걸었다.
숙소로 돌아오니 정전 중이었다. 침대에 누워있으려고 방 안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여행자들이 왔는지 가방 두 개가 두 개의 침대 위에 올려져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핸드폰 불빛 아래에서 일기를 쓰고 있는 늦은 밤에 돌아왔다. 때마침 정전도 해제되어 밝은 조명 아래에서 인사를 나눴다.
친구 사이라는 둘은 인도와 네팔을 약 2주간 여행 중이라 했다. 델리, 자이살메르, 자이푸르, 우다이푸르, 아그라, 바라나시, 카드만두, 포카라, 다시 카트만두로 이어지는 살인적인 일정이었다. 과거에 인도를 여행했던 경험이 있었던 나였기에 위의 일정이 얼마나 치열한지 느낄 수 있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우리가 만난 곳이 카트만두이니 이미 인도 일정을 소화하고 왔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내일 포카라로 향하는데 푼힐 전망대만 들렀다가 내려올 생각이라 하였다.
갑자기 궁금한 게 생겼다. 그 짧은 시간에 위의 일정이 소화가 되는지 물어보니 에어텔이라는 것을 이용해서 여행했다고 하였다. 에어텔을 처음 들어봐서 무엇인지 물어보니 에어플레인과 호텔의 합성어로 숙소와 비행기 티켓이 정해져 있는 자유여행이라 하였다. 이미 갈 곳과 숙소 일정이 고정되어있는데 어떻게 자유여행이라 하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들에게 인도 여행 중 어디가 기억에 남는지 물어보니 딱히 없다고 했다. 어쩌면 당연한 대답이기에 그냥 웃으며 한국에 돌아가면 새록새록 모든 순간이 기억날 것이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그들과의 대화는 마무리가 되었다. 도저히 그들에게 말할 자신이 없었다. 여행 중 여행의 순간이 기억나지 않는다면 평생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 순간은 떠오르지 않을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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