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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46 마야데비 사원을 나오며 든 생각

by 곰같은 남자 2022. 3. 13.
네팔, 룸비니 - 2014. 1. 20 오전

 

네팔의 마지막 여행지인 룸비니 국제 사원 지구를 떠나기 전 꼭 들려야 하는 곳이 있었다. 불교의 가장 중요한 성지이자 2600년 전 아기부처가 탄생한 곳인 마야데비 사원이었다. 가방을 대성석가사에 맡겨둔 후 마야데비 사원을 다녀오면 네팔과 인도의 국경인 소나울리로 가는 버스 시간에 맞출 수 없을 것 같았다. 좀 무겁겠지만 가방을 메고 마야데비 사원을 구경하기로 했다.

 

 

평화를 기원하며 단 하루도 꺼지지 않는 불 앞을 지나 하늘을 가리키고 있는 귀여운 아기부처상까지 지나쳐야만 마야데비 사원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침에 조금씩 내리던 비가 그치고 하늘이 개어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사원으로 몰렸다. 

입장료를 지불하면서 사원 입구를 지키고 있는 네팔 직원에게 가방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니 놓고 가라고 했다. 한결 가벼운 어깨로 사원을 구경할 수 있었다.

 

하늘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아기부처상
아기부처

아기부처는 탄생과 동시에 사방으로 여섯 발자국의 걸음(여섯 윤회를 뜻한다. 지옥, 아귀, 축생, 수라, 인간, 천상)을 걸은 후 윤회를 벗어나 해탈에 이르는 7번째 발자국을 걸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천상천하유아독존 삼계개고아당안지"

하늘과 땅을 통틀어 내가 가장 존귀하다. 삼계(욕계, 색계, 무색계)의 모든 세상 사람이 괴로움에 빠졌으니, 내가 이를 편안하게 하리라. 그는 부처를 믿으라 하지 않고 수행자 본인을 믿으라 하셨고, 깨우침을 알려주지 않고 깨우치는 방법을 알려주었으며, 누구나 부처가 될 수 있다 하였다.

어떤 것으로부터도 구속받지 않고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난 절대적 자유를 이야기했다. 오죽하면 살불살조라 하지 않겠는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이라 말할 정도로 해탈을 통한 완벽한 자유는 엄격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리고 나는 죽을 때까지 해탈의 길로 갈 수 없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나 금세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났다. 우리는 모두가 해탈의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늦은 밤까지 공부하는 학생, 꼭두새벽부터 출근을 하는 직장인, 일을 하지 않는 청년, 매일 밤 자신의 가게를 지키는 고깃집 사장님, 밤새 아픈 환자를 간호하는 간호사 모두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해탈의 길로 안내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다. 꼭 벽을 보거나 말을 하지 않아야만 해탈을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만약 그 누군가가 그 어떤 절대적 방법 하나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절대 자유의 길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그 또한 하나의 구속일 뿐이니까.

 

마야데비 사원과 오른쪽 옆에 있는 아쇼카 석주
마야데비 사원과 아쇼카 석주

 

해탈에 오르는 길이 쉬웠다면 이 땅에 모든 번뇌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하신 세존이, 하늘과 땅을 통틀어 내가 가장 존귀하다 말씀하신 아기부처가 해탈을 하는데에 6년씩이 걸렸을까. 어쩌면 나를 포함한 우리 모두는 평생 해탈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해탈에 오르지 못하여도 상관은 없었다. 그보다 위대한 것은 한 걸음, 또 한 걸음 앞으로 걸어 나가는 발걸음이었다. 그리고 모두가 언젠가는 도착할 것이다. 마치 아기부처가 7번째 발자국을 내디딘 것처럼.

 

마야데비 사원 옆에 자리하고 있는 아쇼카 석주, 아기 부처가 태어났다는 나무와 씻겼다는 곳을 구경하고 밖으로 나왔다.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든 곳이었다. 버스를 타고 소나울리에 도착했다. 릭샤꾼들이 다가왔지만 저녁 로컬 버스를 타고 바라나시로 갈 생각이었기에 여유롭게 걸어서 국경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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