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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 여행] #17 바라나시에서 보낸 생일과 케이크

by 곰같은 남자 2022. 3. 22.
인도, 바라나시 - 2012. 2. 16

 

잠결에 눈을 떠서 핸드폰으로 GPS지도를 확인해보니 벌써 바라나시에 도착했다. 자리를 정리하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으니 바라나시 역 플랫폼이 보였다. 역 밖으로 나오자마자 이곳은 릭샤꾼들의 집단 합숙소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까지 지나쳐온 도시와는 릭샤의 숫자가 달랐다. 비교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로 바글바글했다. 

고돌리아로 가서 강가까지 걸어갈 생각이었으므로 릭샤꾼들하고 흥정해봤는데 생각보다 가격이 내려가지 않았다. 역 근처라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외곽으로 걸어 나오니 그제야 한적하게 쉬고 있는 릭샤꾼들이 보였다. 그중에서도 릭샤에 누워 담배를 피우고 있는 아저씨와 눈이 마주쳐 그의 릭샤를 타고 고돌리아에 도착했다. 

 

 

아그라의 카페에서 쉴 때 자이살메르에서 만났던 누나에게 연락을 해둔 상태였기에 그녀의 숙소로 우선 가기로 했다. 강가가 보이는 가트에 도착하여서는 강을 따르며 걸었다. 좁고 구불구불한 안쪽의 골목길을 따라 걸으면 길을 잃을 것만 같았다. 누나가 머물고 있는 방의 상태와 가격, 위치가 만족스러워서 주인아저씨에게 남은 방이 있는지 물었으나 아쉽게도 방이 없었다. 숙소에 가방을 넣어두고 방을 구하러 밖으로 나왔다.

 

워낙 게스트하우스가 많아 만족스러운 방을 쉽게 구할 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마땅한 방이 없었다. 위치가 너무 외지고 햇빛이 들어오지 않는 방만 남아있었고, 조금 퀄리티가 괜찮다 싶으면 가격이 문제였다. 그래도 바라나시에서 꽤 오랜 시간 있을 예정이라 좀 더 좋은 방을 찾기 위해 골목을 걷는데 낯익은 얼굴이 골목 사이를 지나갔다. 

'뭐지... 내 친구 같은데...?' 혹시나 하여 이름을 크게 불러봤으나 지나간 골목길에서 되돌아오는 사람은 없었다. 그럼 그렇지 생각하며 다른 골목길에 접어드려는 순간, 빼꼼 얼굴이 나오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정말 친구가 맞았다.

 

갠지스강가 작은 돌위에 흰색 숄을 두르고 앉아있는 여인
갠지스강가에 앉아있는 여인

친구 녀석이 먼저 인도를 간 사실을 알고는 있었다. 나보다 1주일 먼저 출발했기에 이런저런 정보를 얻었었는데 루트가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바라나시 골목 한복판에서 우연히 마주한 것이었다. 참 세상 좁으며, 만날 사람은 어디선가 만나게 되는구나 싶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 동안 대화를 하며 함께 방을 보러 다녔다. 그러나 역시 만족스러운 숙소는 찾지 못했고, 나는 원래의 일행과 함께 움직이기 위해 누나네 게스트하우스 근처로 돌아왔다. 

그나마 가장 컨디션이 괜찮았던 숙소는 모던 비전 게스트하우스라는 곳이었는데 그마저도 하나 남은 방이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어찌할까 잠시 고민을 하는데 아래쪽에서 계단을 타고 외국인 커플 두 명이 지금 우리의 방을 보러 올라오고 있었다. 아 어쩔 수 없었다. 바로 계약을 했다. 

 

근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친구와 다시 만났다. 친구 녀석 덕분에 동생의 유심 핸드폰도 개통을 시킬 수 있었다. 동생이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한참을 고맙다고 하였다. 나는 핸드폰을 안 써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는데 동생은 참으로 불편했었나 보다. 친구 역시 인도에 와서 일행들이 생겨있는 상태였고, 나 또한 일행이 있었기 때문에 식사는 다음을 기약하고 자리를 떠났다. 

 

갠지스강 가트에 모여있는 사람들과 보트
갠지스강가 가트

조드푸르, 자이살메르를 함께 여행한 친구들은 모나리자라는 식당에 모여있었다. 오랜만에 탄두리 치킨과 버터 치킨, 난, 탈리, 카레 등을 푸짐하게 시켜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동행 한 명이 방에 두고 온 물건이 있다면 먼저 가트로 가있으라며 식당을 급하게 빠져나갔다.

우리 역시 어디 따로 갈 곳은 없었기에 가트로 나가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면 말없이 앉아있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친구들이 내 어깨를 툭툭 쳤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케이크에 촛불을 켜놓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었다. 2월 16일, 오늘이 내 생일이었다. 동생을 통해 미리 알고 나를 위해 작은 생일파티를 준비하였다고 했다. 방에 두고 온건 이 자그마한 케이크이었다며 말하는데 너무나도 고맙고 감사했다. 

다 함께 케이크를 먹으며 이야기를 하다가 내일 아침 일출 보트를 타기로 했다. 늦어도 새벽 5시 30분에는 일어나야만 했기에 작지만 행복한 생일 파티를 마치고 각자의 숙소로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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