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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 여행] #18 바라나시 푸자를 바라보며...

by 곰같은 남자 2022. 6. 24.
인도, 바라나시 - 2012. 2. 17

 

새벽 갠지스강 보트 투어를 예약해두었기에 걱정이 많았다. 아침잠이 많은 나였기에 잠에서 깰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정확한 시간에 일어났다. 세수도 안 하고 눈곱만 뗀 채로 보트를 타는 곳으로 나갔다. 고요한 아침 풍경과 더불어 재잘거리는 한국 사람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기분이 좋았다.

강가의 보트 투어는 바라나시에서 해봐야 할 필수 투어로 꼽히기 때문에 수많은 여행자들이 이른 새벽부터 분주했다. 보트 투어는 일출, 일몰, 푸자 관광 3가지로 운영되는데, 대부분의 한국인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철수 보트나 선재 보트를 이용했다. 레바 게스트하우스로 올라가는 계단에 크게 철수 보트, 선재 보트라 쓰여있으므로 한국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보트꾼들이었다. 

 

 

강가의 물줄기는 생각보다 얇았다. 우리는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를 항상 봐왔기 때문에 강을 생각하면 거대한 한강을 떠올리지만, 한강은 손에 꼽을 정도로 폭이 넓은 물줄기이기 때문에 갠지스강의 얇은 물줄기에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름의 다채로운 풍경이 펼쳐지는 강이므로 꽤나 매력적이었다. 

날씨가 좋지 않아 멋진 일출을 즐기지는 못했으나, 미리 바라나시에서 도착해서 철수와 안면을 터놓은 누나 덕분에 오랜 시간 보트를 이용할 수 있었다.

아씨가트에서 바라본 바라나시 전경. 강가의 정박하고 있는 보트와 강을 따라 줄지어 들어선 건물들
바라나시

스파이스 바이트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나와 동생은 각장의 일정을 갖기로 했다. 좋은 언니들을 만났으니 걱정은 없었다. 동생은 히말라야에 제품을 사러 간다며 언니들을 쫄래쫄래 따라갔고, 나는 인도에서의 첫 낮잠을 즐겼다. 저녁때 푸자를 함께 보기로 했으므로 약 3시쯤 숙소를 빠져나와 아씨가트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했다. 약 2시간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끝까지 걸어가니, 옹기종기 모여있는 가트 앞의 건물 모습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약속시간에 맞춰 다시 일행들을 만났다. 푸자를 보자고 했기에 보트를 타고 보자는 것인 줄 알았는데, 메인 가트에서 보자는 것이었다. 언제든지 보트 투어는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니 오늘은 함께 메인 가트에 앉아서 보기로 했다. 

 

딸랑딸랑 종이 울리면서 푸자가 시작되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진행되는 그들의 의식을 내가 모두 이해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들이 신에게 바치는 경건함을 느끼기 위해 노력했다. 총 5가지의 제사 도구를 이용하는 푸자의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는 꽤 길었지만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짧게 의식을 진행하고 마무리했다. 무거 워보이는 번쩍번쩍 잘도 드는 게 신기하면서 기억에 남았다. 

가이드북을 보면 바라나시의 제1 관광 코스로 나오지만 사실 나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들의 행동과 도구, 몸짓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바라보니 집중력이 떨어졌고, 그들의 행동에서 신에 대한 경건함보다는 직업으로써의 어떤 일련의 반복적인 동작처럼 보였다. 어쨌든 그들에게는 하나의 직장이자 직업일 테니...

 

5명의 남자가 불을 피운 제사 도구를 들고 단상에서 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사진
푸자

내일은 자이살메르부터 함께 한 누나가 바라나시를 떠나 델리로 가는 날이었다. 델리에서 하루만 머물고 바로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했으니 함께 보낼 수 있는 밤은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다 함께 바라나시 게스트하우스 옥상에서 보드카를 한잔씩 마시며 그간의 여행 이야기를 풀었다. 한 명씩 한 명씩 떠나보내야 할 날들이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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