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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여행 생각

[발칙한 여행 생각] #3 아쉬움과 후회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by 곰같은 남자 2021. 2. 16.

여행 중 문득문득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그때그때 기록해놓았습니다. 날 것은 날 것대로 가공된 것은 가공된 것대로 나름의 맛이 있더군요. '조금 거칠고 투박하더라도 저와 비슷한 생각을 느끼신 분을 만날 수 있을까 ' 하는 궁금함에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여행을 다니는 모든 분들이 바람을 바람으로, 꽃을 꽃으로 느끼는 여행을 하고 돌아오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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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읽으시면 더욱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태국에서 라오스로 넘어가는 버스터미널에서 한국인 두 사람을 만났다. 나이 차이가 꽤 나보이기에 관계를 물어보니 형제 지간이라 하였다. 어차피 함께 라오스로 넘어가야 하므로 자연스럽게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9박 10일 일정으로 방콕-수코타이-빠이-방비엔-방콕을 이동하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는데, 동생은 여러 번 동남아시아를 여행해 봤다고 하였고, 형은 해외여행 자체가 처음이었다. 

 

출처 : 픽사베이

 

형은 취업을 하고 여행을 왔는지, 자신이 앞으로 가게 될 회사와 취업 이야기만을 쉼 없이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어느 회사인지까지 이야기했다. 우리나라 굴지의 대기업이었으니 엄청 자랑을 하고 싶었나 보다.

그의 입 밖으로 나오는 이야기 중 반은 회사 이야기라면, 반은 여행에 대한 불만이었다. 분명 눈은 나와 마주치며 이야기했지만, 나보다는 동생 들으라고 한 소리였다. 

 

나름 이번 여행에서 어떤 점이 불만인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려 하는 듯했지만, 말의 요지는 별 게 없었다.

"이번 여행에서 이것도, 저것도, 요것도 해보고 싶었는데, 동생이 저렇게, 요렇게, 이렇게 계획을 짰다."

"그래서, 나는 너무 개고생 중이다."

동생은 한두 번 들은 소리가 아닌 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때마침 라오스행 버스가 터미널 안으로 들어오면서 그의 불평은 끝났다. 형의 뒤를 따라 동생은 체념한 표정으로 버스에 올라탔다.

 

출처 : 픽사베이

 

나 역시 그들의 뒤를 따라 올라타 한쪽 자리에 잡았다. 창 밖을 바라보니 한국에서 여행을 떠나오기 전 동생의 모습이 눈에 훤히 펼쳐졌다. 

동생은 처음 해외를 가는 형과 함께 할 10일간의 여행 계획 때문에 끙끙 머리를 쥐어잡았겠지만, 형은 "동생아, 나 이거 해보고 싶은데 알아봐 봐, 아, 나 저것도 하고 싶다. 같이 좀 알아봐" 라고 했을 것이 분명했다.

보지 않아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여행을 깊게 고민하고 직접 계획을 세웠다면 여행 모든 순간 남을 탓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여행의 근본은 모든 것을 자기가 짊어지고 떠나는 것이기에 불만보다는 후회가, 불평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후회와 아쉬움은 온전히 나의 몫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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