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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태국] #6 히피 느낌 좀 내보는 거지!

by 곰같은 남자 2021. 1. 16.
태국, 빠이 - 2013. 12. 12 ~ 19

 

빠이는 서양 히피들이 하나둘씩 모이면서 유명해진 마을이다. 그래서 그런지 할 게 없다. 마땅한 관광지도 없다. 오토바이를 타고 가야만 갈 수 있는 작은 전망대와 시내에서 보이는 산 중턱의 하얀 불상 정도가 갈 수 있는 관광지의 전부다. 세계 2차 대전 때 파괴되었다는 무식하게 생긴 철다리도 많은 사람들이 구경을 간다고 했지만, 나는 관심이 없었다.

 

약 300미터 남짓한 거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식당과 찻집이 이 마을의 전부다. 낮에는 주로 카페에서 시간을 소비했다.  '카페인'이라는 작은 카페였다. '딴'이라 불리는 종업원이 아주 아름다웠다. 카운터 옆 작은 쪽문으로 나가면 햇빛을 받으면서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달달한 아이스티 한 잔을 마시며 책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일기를 썼다.

 

그렇게 뒹굴거리다 보면 해가 산 뒤로 넘어가 어둑해졌다. 그리고 그때부터 빠이의 거리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인다. 가게마다 하나둘씩 거리로 대형 스피커를 꺼냈고, 모두가 작은 Bar와 클럽으로 변한다. 취향에 맞는 음악이 나오는 Bar에 앉아 술을 마셨다. 약간 취기가 돌아 기분이 좋아지면 좀 더 신나는 음악이 나오는 옆 가게로 가면 그만이었다. 가게를 옮길 때에도 심심하지 않다. 길거리에는 수많은 악사들이 우리들의 흥을 돋우고 있으니.

온 거리에 흥이 넘친다. 

 

 

우리나라 어딘가에도 외국인들이 웃통을 벗고 길 한복판에 누워 맥주를 마신다고 들었다. 그것이 자유고 해방이라 느낀다면 굳이 멀리 갈 필요 없이 그곳으로 가서 하는 것을 추천하지만,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어딘가에서 해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빠이로 날아가면 된다. 술을 한 잔씩 마시고 있으면 주변으로 외국인 히피들이 옆으로 앉았다. 나만큼 영어를 못했다. 말인지 방귀인지 모를 소리들을 떠들며 술을 목구멍으로 넘겼다. 

그렇게 히피 느낌 좀 내볼 수 있는 거겠지.

 

마을 한복판, 약 300미터 정도 되는 거리에서 며칠간 먹고 쉬는 것 한 것이 없다. 그러나 단 하루도 시간이 더디게 흐른 적은 없었다.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알 수 없는 매력을 갖고 있는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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