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38 푼힐 전망대를 앞두고.

by 곰같은 남자 2021. 11. 23.
네팔, 따또파니, 고레파니 - 2014. 1. 11 ~ 12

 

아침에 일어나니 어젯밤 치열했던 술자리의 흔적이 고스런히 나타났다. 방바닥이 난리도 아니었다. 생라면 조각과 오렌지 껍질들이 이곳저곳 굴러다니고 있었다. 형들은 제대로 기억을 못 하는 것 같았다. 어제 밤새도록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해주니 그렇게도 술을 많이 먹었냐며 일단 이 돼지우리 같은 방부터 치우기로 했다.

 

방을 다 치우니 어느새 한낮이었다. 오늘 하루 더 따또파니에서 휴식을 취했다가 푼힐로 이동하기로 했기에 여유가 넘쳤다. 방 입구 정면으로 설산이 예쁘게 펼쳐져있었는데, 방에 있는 의자를 들고 나와 책을 읽었다. 형들은 어디를 갔는지 보이지가 않았다. 아마도 온천을 하러 간 듯하였다.

따또파니 숙소에서 묵었던 숙소
따또파니에서 묵었던 숙소 풍경

 

책을 읽다 지루해져서 카메라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30만 원이나 주고 산 카메라를 기능도 모르고 사용하기가 아까웠다. 아직 여행 기간도 한참 남았기에 사진을 조금 더 잘 찍어보고자하는 욕망도 생겼다. 오늘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도 분명 자주 있겠지만, 그때의 장면들을 기억하기 위하여 1일 1컷은 꼭 사진을 찍기로 결심했다. 

카메라의 흑백 사진 기능을 알게되고 찍은 사진

 

설산을 바라보며 멍하니 있는데 공무원 형이 나를 찾았다. 마을 위쪽으로 어제 가보지 못한 온천이 있다고 하였다. 사람도 별로 없으니 지금 가서 같이 몸을 지지자고 하였다. 지루하기도 했고 온천에 몸을 한 번 더 담그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군말 없이 형을 따라나섰다.

오늘은 말 그대로 완벽한 휴식이었다. 우리는 내일 다시 푼힐로 산행을 해야겠기에 숙취를 최대한 털어버리기 위해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정말 깜짝 놀랐다. 컨디션이 너무 최악이었다. 가방을 싸고 산행을 시작하려는데 처음 든 생각이 '아 걷기 싫다...'였다. 고작 이틀 쉬었다고 그새 적응해버린 내 몸뚱이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래도 다른 선택은 없었다. 여기까지 와서 단지 '귀찮다'는 이유로 푼힐을 안 보고 내려가기는 아쉬웠다. 

푼힐 가는 길
푼힐을 가다보면 만나는 마을 중 하나
푼힐 가는 길
푼힐 가는 길
푼힐 가는 길

 

푼힐로 가는 길은 아름다웠다.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할 때처럼 사람 한 명 없는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을 사라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서 올라갔기 때문에 풍경이 매우 다채로웠다. 이 높은 곳에서 밭을 가꾸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느꼈다.

고레파니 입구

 

오후 고레파니에 도착해서 바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사실 더 이상 움직이기도 싫었다. 푼힐에서 맞이하는 아침 해를 보기 위해서는 아주 컴컴한 새벽에 출발을 해야 했기에 모두 일찍 하루를 마무리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