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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25 콧대높은 인도 비자를 위하여

by 곰같은 남자 2021. 7. 20.
네팔, 카트만두 - 2013. 12. 31 오전

 

인도 비자 신청을 거정당하면 안되는 이유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카트만두 거리를 걸을 때마다 느껴지는 텁텁한 공기와 그로 인해 생기는 코딱지 때문이었다. 하루 빨리 공기 좋은 포카라로 떠나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주네팔 인도대사관을 가기위해 밖으로 나오니, 어제 밤에 만났던 남자 여행자와 여자 여행자가 간단히 아침을 먹고 있었다. 둘은 오전에 더르바르 광장을 다녀올 계획이라 하였다. 오후에 나도 합류하여 함께 카트만두 시내를 둘러보기로 약속하고 1시쯤 숙소에서 만나기로 했다.

출처 : 언스플래쉬

 

인도대사관은 숙소에서 멀지 않았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빠뜨린 서류가 없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대사관으로 출발했다. 

인도 대사관은 아침 9시 30분에 개방하지만 많은 여행자들이 1시간정도 먼저와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워낙 대사관의 일처리가 늦어서 자기 앞에 20~30명만 있어도 한 시간은 우습게 기다려야하기 때문이었다. 

 

남녀노소 상관없이 모두가 일렬로 쭈그려 앉아 대사관 앞을 채운다.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을것만 같은 히피들도 예외는 없었다. 조용히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대사관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 세삼 인도 비자의 콧대가 높긴 높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인도라는 나라가 여행지로써 그만큼 매력적인 것 또한 사실이었다. 

 

8시 40분쯤 도착하니 5명이 줄을 서 있었다. 그 중 한명은 딱 봐도 한국 사람이기에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50분간 시간을 떼우는데는 수다만한게 없었다. 멀뚱멀뚱 50분을 가만히 기다리는 것은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한참 수다를 떨다보니 어느새 대사관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우르르 들어가기 시작했다. 

출처 : 언스플래쉬

 

줄을 선 순서대로 여권을 받아주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대사관 안에 있는 기계에서 번호표를 뽑아야만 했다. 이런 사실을 모른 나는 어리버리타다가 결국 10번 이후의 번호를 받게 되었다. 그래도 나보다 먼저 번호표를 뽑은 사람이 최소 7~8명 밖에 안되었는데 10번 이후 번호는 아무래도 이상했다. 

 

발급받은 번호표를 손에 쥐고 기다리는데 서양 여행자 한명이 다가왔다. 그러더니 앞자리 번호를 나에게 쓱 주었다. 혹시 몰라 자신이 혼자 6개의 번호를 미리 뽑아두었다고 했다. 번호표를 주면서 인심을 베푼다는 표정이 얼마나 짜증나던지, 속으로 욕을 한바가지 퍼부었다. 

'참나... 이 녀석 대가리에 총 맞았나...? 그게 원래 내 번호잖아...'

 

첫 번째 비자 심사를 받던 서양 여자 여행자가 비자 심사를 통과했을 때 "오! 예스!"라고 외친 것을 보면 서양 여행자들이라고 쉽게 인도 비자를 받는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녀가 기쁨의 소리를 질렀을 때 몇몇 사람이 박수를 쳤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출처 : 직접 찍은 사진. 카트만두 시내

 

얼마 기다리지 않아 내 차례가 왔다. 비자신청서를 제출하는데 조금 떨렸다. 심사관은 비자 신청서를 받아들고는 많은 것을 나에게 물어봤다. 

"인도가 두번째 방문인데 그때 어디를 다녀왔는지", "왜 또 인도를 가는지", "왜 한국이 아닌 네팔에서 인도비자를 신청하는지", "왜 군대를 안다녀왔는지"까지 말이다.

 

사실 나는 군대를 다녀왔지만, 비자 신청서에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다고 체크했다. 인터넷에서 군대를 다녀왔다고 하면 엄청 귀찮고 세세하게 물어본다는 소문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대로 '왜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는지' 물어볼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어버버버, 인도 여행이 끝난 후 군대에 입대할 것이라고 하니 잠시 몇 가지 서류를 더 살펴보고는 다음주에 비자를 받으러 오라고 했다. 어쨌든 승인이었다.

 

나보다 먼저 와 있던 한국인 여행자도 가볍게 통과를 했다. 대사관 문을 빠져나오면서 그에게 같이 점심을 먹는 게 어떠냐고 물어봤으나, 그는 바로 비행기를 타고 포카라에 가야한다고 이야기했다. 여행 기간이 길지 않아서 최대한 바쁘게 움직이는 듯 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이 그와의 짧은 인연을 뒤로 한채 숙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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