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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28 "너 이러고 트래킹가면 얼어 죽어..."

by 곰같은 남자 2021. 8. 17.
네팔,  - 2014. 1. 2

 

내일부터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래킹을 시작하기로 하였기에 준비해야할 것이 많은 날이었다. 헤리네 게스트하우스 건너편에 있는 작은 샌드위치집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고 자전거를 하나 빌렸다. 일단 15일짜리 네팔비자를 30일짜리 비자로 연장해야했고 여유돈을 인출해야만 했다. 

 

나는 한국에서 생활할 때에도 아깝다고 생각하는 두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ATM 인출 수수료, 두번째는 택시비였다. 그 버릇이 해외로 간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어떻게든 ATM인출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시티은행을 찾아 인출할 생각이었다. 

 

포카라에도 시티은행이 있다고 인터넷에 나와있었기 때문에 일단 출발하고 중간중간 현지인들에게 물어보면서 길을 찾기로 했다. 그런데 정말 1시간을 돌아다니며 수 많은 사람들을 붙잡고 시티은행 위치를 물어봤으나 아는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 걔중에 한사람이 길을 자세히 알려주길래 가보니, 시티백화점이라는 곳 안에 있는 은행이었다. 

시티백화점 안 은행, 시티뱅크...

포카로 페와 호수와 빌린 자전거

 

나와 함께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고 있는 형에게 미안했다. 더 이상 내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에 레이크사이드 아무곳에서 인출을 하기로 하고 비자 연장을 하러 가기로 했다.

포카라에 비자센터는 찾기가 어려운 곳에 있었다. 건물도 관공서처럼 생기지 않아서 찾는데에 상당한 시간을 보냈다. 

 

안으로 들어가니 나처럼 비자를 연장하러 온 여행자 2명이 있었다. 심사를 그리 오랫동안 하지 않는지 2명 모두 거의 심사센터에 들어가자마자 나왔다. 미리 작성해둔 신청서를 제출하고 꽤나 고위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의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니 바로 비자가 연장되었다. 

 

참고로 비자 연장 시에는 기존의 비자 만기일부터 연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신청한 날로부터 비자가 연장되므로 잘 확인하고 신청을 해야만 했다. 나의 경우에는 12월 30일날 카트만두 공항에서 15일짜리 비자를 발급받고, 1월 2일날 30일짜리 비자로 연장했으니 15일자 비자를 이틀만 사용한 꼴이 되어버렸다. 

 

ABC트래킹에서 라운딩 트래킹으로 계획을 바꾸면서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인도 대사관에 신청해놓은 인도비자였다. 라운딩을 하는데에 최소 10일이 걸릴텐데 오랜 시간동안 비자를 안찾으러 가면 괜히 문제를 삼을까봐 걱정되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검색을 해봐도 인도비자를 찾아가는 기간에 대해서는 질문도, 대답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내 여권을 안돌려주거나 비자 승인에 문제를 삼을까 싶은 마음은 고히 접어두기로 했다. 

포카라 페와 호수 근처

 

비자처리가 완료되었으니 산행을 위한 준비를 하러 가기로 했다. 대부분 네팔을 오는 여행자들의 목적이 산행이기 때문에 장비를 잘 갖추고 오지만, 나 같은 경우는 대책이 되어있을리가 없었다. 봄-가을용 침낭, 라오스에서 산 2,000원짜리 중고 잠바, 타이즈 하나, 얇은 트레이닝복 바지가 전부였다. 

형이 말했다. "너 정말 대책없이 왔구나...? 그렇게 가면 얼어죽어..."

 

산촌다람쥐와 헤리네, 보물섬에는 여행자들이 산행 후 버리고 가는 장비들을 모아놓는 창고가 있어서 사장님께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면 그 곳에서 숙박하지 않아도 무료로 쓰게 해주었다. 그러나 퀄리티는 당연히 부실할 수 밖에 없었다. 마땅히 쓸만한 장비는 등산 스틱밖에 없었다. 그마져도 짝짝이었지만 내 주제에 그런 것은 중요치 않았다.

침낭도 몇개 굴러다녔지만 워낙 더러웠고, 내가 갖고 있던 얇은 침낭이랑 별 차이가 없었기에 나머지 장비는 렌탈샵에서 빌리기로 했다. 

 

우리는 포터도 한 명 고용하기로 했다. 워낙 많이 다니는 코스라 둘만 가도 문제는 없지만, 처음 가보는 산이고, 해발 5,000미터 이상을 올라가는 일이니 하루 7,000원짜리 보험을 들자는 의미였다. 헤리네 게스트하우스의 포토 고용 비용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 한명을 고용했다. 

포카라 페와 호수 근처

 

잠시 의자에 앉아 쉬고 있는데 등산을 마치고 내려온 여행자 한명을 만났다. 간단히 인사를 하고 산행에 대한 정보를 얻는데, 그가 자신은 이제 한국으로 돌아간다면서 산행에 필요한 몇가지 장비를 나눠주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의 숙소에서 고산병 약과, 보온병, 두툼한 장갑을 얻었다. 고마운 마음에 보물섬에 들러서 스테이크를 사주었다. 물론, 스테이크 값이 더 비쌌지만 그의 선행에 비하면 돈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드디어 침낭만이 남았다. 나에게 장비를 나눠준 여행자와 몇몇 렌탈샵을 돌아다녔는데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털이 너무 많이 빠져있었고 가격도 생각외로 비쌌다. 

그러다가 거의 길의 끝에 있는 작은 렌탈샵에서 꽤 괜찮은 침낭을 발견했다. 상태도 매우 좋았으며, 대여비도 하루 50루피 수준으로 합리적이었다. 그러나 언제나 흥정을 해야하는 법. 하루당 40루피에 사용하기로 하고 침낭 준비까지 마무리했다. 

포카라의 밤과 별

 

숙소로 돌아가면서 산위에서 사용할 부탄가스와 최고로 지쳤을 때 먹을 라면을 샀다. 형은 이미 부탄가스를 한국에서 들고 왔기 때문에 여유분 부탄가스는 내가 구매하기로 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내일 산행을 위해 마지막 짐정리를 시작했다. 최대한 무게를 줄이기 위해 불필요한 짐은 미니 배낭에 전부 넣었다. 가지고 올라갈 것은 침낭, 세면도구, 속옷, 책이었고, 형의 캠핑장비 몇가지를 내가 나눠서 메고 가기로 했다. 

포터를 고용한 것도 짐을 많이 들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초행길 가이드로 구한 것이기 때문에 침낭과 몇가지 음식물만을 넣어 최대한 가볍게 준비했다. 

 

네팔의 안나푸르나 등반,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사파리, 브라질의 아마존 투어. 이번 여행에서 꼭 하고 싶었던 3가지 중에 첫번째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전날 밤이었다. 두근두근. 늦은 밤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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