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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32 마낭에서 즐기는 야크 스테이크

by 곰같은 남자 2021. 9. 13.
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딩, 마낭(3,540m) - 2014. 1. 6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다웠던 길은 차메에서 피상까지 가는 길이었고, 두 번째는 오늘 걸은 피상에서 마낭까지 가는 길이었다. 점차 수목한계선에 가까워져 가는지 나무의 높이가 짧아졌고, 메마른 땅으로 변해갔다. 터키의 괴레메처럼 독특한 모양의 돌들도 많았다.

 

산행을 하는 중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혼자 걷기 때문에 특별히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다. 나 역시도 음악을 들으면서 혼자 산행을 하는 게 편했다. 각자 자기만의 속도로 앞으로 걸어 나가면 되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조금 뒤로 처지면 체력도 회복할 겸 한 번씩 쉬었다. 대부분은 걸음이 느린 나를 기다리는 시간이었다.

피상에서 마낭까지

 

오후에 마낭에 도착했다. 여기서부터 급격하게 고도가 높아지는 루트이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고산 적응도 할 겸 2~3일을 머물고 갔다. 그러나 우리는 오늘 하루만 머물고 내일 아침부터 다시 산행을 시작하기로 했다. 아직 고산 증세를 겪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여기에 오래 있는다고 특별히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었다. 

 

마낭에는 야크 스테이크가 유명했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포카라에서도 사람들에게 안나푸르나 라운딩을 한다고 하니까 무조건 마낭에 가서 야크 스테이크를 먹고 오라고 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아닌지 몇몇 외국 트래커들도 하나같이 야크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야크 고기라 해서 뭔가 특별한 식감을 기대했으나 그런 것은 없었다. 너무 오랜만에 고기를 먹어서 그런지 그냥 맛있게 먹었다.

치상에서 마낭까지

 

한국 사람 2명을 또 만났다. 여대생 동갑내기 친구였는데 대학교에서 등산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안나푸르나 라운딩 시작점인 베시사하르부터 걸어왔다고 했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형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나도 아저씨로 보는 느낌이었다. 나이를 들어보니 실제로는 나랑 3살 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수염과 길게 기른 머리카락 탓인지 이런 오해를 많이 받았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다. 

 

이후에도 그들은 우리와 계속해서 마주했다. 한 명은 빨간 점퍼를, 한 명은 노란 점퍼를 입고 있었는데 우리와 함께 다니는 포터 로진이 특히 노란 점퍼를 입은 여자를 좋아했다. 정말 아름답다며 자기 스타일이라 했다. 농담으로 그녀에게 다가가서 전화번호를 알아봐다 줄까? 물어보면 부끄러운 얼굴을 하면서 나를 말렸다. 

피상에서 마낭까지

 

스테이크를 먹고 숙소에서 쉬는데 조금 머리가 아팠다. 고산병 전조가 있는 것인가 걱정이 되었으나 너무 심하게 걱정할 정도로 머리가 아픈 정도는 아니었기에 크게 신경 쓰지는 않기로 했다. 왠지 걱정하면 걱정할수록 더 아픈 것 같았다.

사실 고산병보다는 감기 같았다. 하의는 가을용 트레이닝복과 타이즈 하나. 윗 옷은 긴팔 후드티, 라오스 시장에서 주고 산 2,000원짜리 중고 잠바가 끝이었다. 보온이 매우 부실했다. 

 

감기 기운인지 고산증세인지, 뭔지 모를 약간의 두통과 몸살 기운 때문에 일찍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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