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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네팔] #34 이게 말로만 듣던 고산병인가...

by 곰같은 남자 2021. 9. 29.
네팔, 안나푸르나 라운딩, 하이캠프 (4,920m) - 2014. 1. 8

 

오늘 목적지인 하이캠프는 4,920m에 위치하고 있다. 야크카르카에서부터 출발하는 우리는 오늘 하루에만 거의 800미터나 고도를 올려야만 했다. 만만하게 볼 코스는 전혀 아니었으나 오전 산행은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어제 따뜻한 차를 많이 마시고 푹 쉰 효과가 있는 듯했다. 머리가 아프다는 느낌은 전혀 없었고, 점심 식사 무렵 도착한 토롱패디에서는 달밧을 무려 두 그릇이나 구겨 넣었다. 입맛이 살아났다.

 

그러나 깝죽대면 결국 화를 면치 못하듯이 이후 고난이 다가왔다. 토롱패디부터 하이캠프까지는 완만한 경사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높은 경사로 올라가기 때문에 한걸음, 한걸음 올라갈 때마다 욕이 절로 튀어나왔다. 숨이 턱턱 막혔고, 경사를 알 수는 없지만 체감상 30도는 되는 것 같았다. 가파르더라도 이렇게 가팔라도 되는가 싶었다.

 

산행을 하는 동안은 동행이 있더라도 자기 리듬으로 올라간다. 무리했다가 탈이 나면 모두에게 피해가 가기 때문에 빨리 걸으라 독촉하는 사람도 없고, 늦게 걷는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는 앞에 사람들이 나 때문에 산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내가 뒤쳐졌다. 

토롱패디에서 컨디션이 좋다고 밥을 너무 많이 먹었는지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핑핑 돌고, 다리에 힘이 빠져나갔다. 50걸음 걸으면 한 번은 쉬어야 할 정도였다. 

 

쉬면서 주위를 돌아보니 몇몇 산보다는 내가 더 높은 곳에 와있었다. 

'아... 정말 많이 올라왔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아... 도대체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이 지나면,

'아... 왜 나는 지금 이 개고생을 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지금 와서 돌아내려 갈 수는 없으니 방법은 단 하나였다.

한발 한발 올라가는 수밖에. 걷자.

 

겨우겨우 하이캠프에 도착했다. 형들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다행히도 속은 많이 좋아지고, 머리가 어지러운 것도 심하지는 않았다. 따뜻한 차를 마시고, 혈액순환을 돕기 위해 비상용으로 가져온 약도 한 알 먹었다. 

내일 새벽 4시에 우리의 공격 목표물인 토롱라를 향해 출발하기로 하고 오늘은 각자 일찍 헤어졌다. 침낭 속으로 기어들어가는 데에도 숨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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