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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라오스] #12 신선이 살 것 같은 도시, 방비엔

by 곰같은 남자 2021. 3. 1.
라오스, 방비엔 - 2013. 12. 20

 

방비엔행 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 국경소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처음 육로로 국경을 넘는 역사적인 날이었으나 별로 감흥은 없었다. 국경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고, 어리바리하게 돌아다니느라 이 곳이 태국인지 라오스인지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니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자기 택시를 타고 가라고 손짓을 했지만 무시했다. 뭔지 모를 은근한 짜릿함을 느꼈다. 버스는 다시 달려, 구불구불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지나 방비엔에 도착했다. 

출처 : 픽사베이

 

버스에서 짐을 챙겨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운전기사 한 명이 우리를 막아섰다. 다짜고짜 배낭을 달라고 했다. 태국의 라오스행 버스터미널에서 만났던 형제와 국경에서 만났던 한국인 한 명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배낭을 그의 차에 태웠으나, 나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의 차에 올라타기 전, 흥정은 기본이었다. 일행들에게 혹시 모르니 운임비를 확실히 한 후 타자고 했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배낭을 다시 차에서 내렸다.

출처 : 픽사베이

 

내가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내까지 얼마요?" 그가 말했다. "Free!"

무료라고? 너무 의심스러워서 몇 번을 다시 물었으나 그는 "Free" 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공짜라는데... 약간의 의심을 한 채로 차에서 내리니 그가 군말 없이 배낭을 차에서 내려주고 돌아갔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빠이부터 꼬박 하루가 걸려 방비엔, 첫인상부터 사랑스러웠다. 

 

중국의 게림과 비슷하다 하여 소계림으로 불리는 이 곳은 산을 따라 작은 강이 흘러 운치를 더 했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곳에 살지 않을까 싶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형제들은 헤어졌고, 국경에서 만난 형 한 명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쓰기로 했다. 짐을 풀고 슬슬 산 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봤다.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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