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엔 - 2013. 12. 20
방비엔행 버스를 타고 '우정의 다리' 국경소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처음 육로로 국경을 넘는 역사적인 날이었으나 별로 감흥은 없었다. 국경선이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고, 어리바리하게 돌아다니느라 이 곳이 태국인지 라오스인지 신경 쓸 틈도 없었다.
입국 수속을 마치니 수많은 택시기사들이 자기 택시를 타고 가라고 손짓을 했지만 무시했다. 뭔지 모를 은근한 짜릿함을 느꼈다. 버스는 다시 달려, 구불구불 덜컹덜컹 비포장도로를 지나 방비엔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짐을 챙겨 도시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운전기사 한 명이 우리를 막아섰다. 다짜고짜 배낭을 달라고 했다. 태국의 라오스행 버스터미널에서 만났던 형제와 국경에서 만났던 한국인 한 명은 아무런 의심 없이 배낭을 그의 차에 태웠으나, 나는 아니었다.
당연히 그의 차에 올라타기 전, 흥정은 기본이었다. 일행들에게 혹시 모르니 운임비를 확실히 한 후 타자고 했다. 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들의 배낭을 다시 차에서 내렸다.
내가 운전기사에게 다가가 물었다.
"시내까지 얼마요?" 그가 말했다. "Free!"
무료라고? 너무 의심스러워서 몇 번을 다시 물었으나 그는 "Free" 라는 단어 말고는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어쩌겠는가 공짜라는데... 약간의 의심을 한 채로 차에서 내리니 그가 군말 없이 배낭을 차에서 내려주고 돌아갔다.
아, 이렇게 고마울 수가. 빠이부터 꼬박 하루가 걸려 방비엔, 첫인상부터 사랑스러웠다.
중국의 게림과 비슷하다 하여 소계림으로 불리는 이 곳은 산을 따라 작은 강이 흘러 운치를 더 했다. 신선이 산다면 이런 곳에 살지 않을까 싶었다.
버스 터미널에서 만난 형제들은 헤어졌고, 국경에서 만난 형 한 명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쓰기로 했다. 짐을 풀고 슬슬 산 밑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봤다. 정말,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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