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방비엔 - 2013. 12. 20
방비엔에서는 동행과 함께 2인실을 사용했다. 태국 우본랏차타니 버스터미널에서 만나게 된 형이었다.
그는 나보다 2살이 많았는데, 얼굴은 그리 순해보이지 않았으나, 성격은 너무나도 순수했다. 2년 동안 취업 준비를 하다가 이번에 취업을 성공하여 있는 돈, 없는 돈 전부 끌어다가 여행을 왔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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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여행을 떠나서 그런지, 단기간의 여행 일정치고는 계획이 너무나도 단촐했다. 이 곳 방비엔에서 루앙프라방으로 이동한 후, 치앙마이를 여행하고 방콕으로 돌아갈 것이라 하였다. 나에게도 일정을 물어보길래, 나는 남부의 팍세라는 지역을 갔다가 방콕으로 돌아갈 것이라 말했다.
그가 잠시 고민에 빠지더니, 팍세에 같이 갈 수 있으면 같이 가자했다. 나야 나쁠 것이 없었기에 3일 후 방비엔을 떠나는 날 전까지 결정해 달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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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술을 마시러 나왔다. 남자 둘이 쌓이는 수다만큼 술병이 계속 쌓였고, 술기운이 슬슬 올라왔다. 꽤 이른 시간이었지만 바주인이 영업 시간이 곧 끝난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아쉬웠다. 한잔 더 하기위해 현지인들에게 괜찮은 술집을 물으니, 근처에 클럽이 있는데 늦게까지 영업을 한다고 하였다. 공산국가인 라오스의 클럽 모습이 궁금했고 흥미로웠다. 이름은 기억이 안나지만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겨우 클럽 앞에 도착했다.
쿵쾅쿵쾅 문 밖으로 음악소리가 세어나왔다. 방비엔에 이런 곳이 있다니... 클럽 문을 열기 전, 기대에 부풀었다. 그리고 몇 명의 서양인이 있기를 바랬다. 아무 생각 없이 개망나니처럼 놀기에는 서양인들만한 사람도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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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클럽을 생각한 내가 바보였다. 드럼통으로 만든 간이 테이블 몇 개와 그나마 구색을 갖춰 놓은 Bar와 DJ 정도가 전부였다.
실망스러웠지만 놀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도통 흥이 나지 않는 분위기였다. 클럽 안의 10명정도 되는 라오스인들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도저히 그들의 눈빛을 받으면서 망나니처럼 놀 수가 없었다.
결국 형과 함께 어마어마한 양의 술만 마셨다. 끝은 언제나 그렇듯이 만취였다. 화장실에서 잠든 형을 데리고 조용히 클럽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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