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르차 - 2014. 1. 31
오르차는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여행지로써 있을 것은 다 있는 매력적인 마을이었다. 특히나 마을 주변이 수많은 유적지로 둘러싸여 있는데, 마치 우리나라의 경주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라나시에서 만난 누나가 오르차에 대해 약간의 조사를 하고 왔기 때문에, 누나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누나가 미리 알아본 숙소로 향했다. 숙소의 퀄리티는 좋은 편이었고 방도 넉넉했다. 여행자가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아니기 때문에 쉽게 흥정이 될 거라 생각하고 가격을 깎아달라고 했으나, 예상외로 주인아저씨가 철벽이었다. 절대로, 절대로, 절대로 깎아 줄 수 없다 하였다. 다른 곳으로 옮길까 고민했으나 그리 비싼 가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곳에 짐을 풀기로 하였다.
오르차는 유적지 마을답게 모든 관광지 통합 입장권을 판매했는데, 단 하루만 사용이 가능했기에 내일 입장권을 구매하여 아침부터 구경하기로 결정했다. 오늘은 시간도 애매하니 간단하게 마을을 구경하기로 했다. 구석구석 작은 골목길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밥집을 찾는데에 집중했다.
첫끼는 시장 근처의 탈리 집으로 골랐다. 어느 탈리 집이나 리필이 가능했기에 배를 채우기에 이만한 곳도 없었다. 우리가 선택한 탈리 집은 꽤 준수한 맛을 가졌지만, 위생상태가 너무 좋지 않았다. 나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지만 누나가 영 탐탁지 않아하였다.
숙소에서 잠시 쉬다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나왔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추천한 음식집이 있어서 고민 없이 길 건너편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특이하게도 메뉴판에 코리안 푸드가 적혀있었다. 그다지 한국사람이 많이 오는 관광지는 아닌 것 같은데 굳이 한국음식을 메뉴에 넣었다는 것은 뭔가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 아닐까 싶었다. 믿음이 크게 가지는 않았으나 정말 맛집일 수도 있으니 한국 음식들을 시켜보기로 했다. 나는 떡볶이를, 누나는 떡국을 주문했다.
아... 처참했다. 레시피를 구해서 만든 것이 아니라 그냥 인터넷에서 사진을 보고 대충 색감만 비슷하게 낸 듯 한 맛이었다. 정말 최악의 맛이었고, 누나의 떡국은 물에 떡을 넣고 끓여낸 수준이었다. 돈은 내야 하니 배라도 채우자는 마음에 꾸역꾸역 목구멍으로 넘겼다.
게스트하우스 주인은 숙소 바로 옆에 가게를 열고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팔았는데, 짜이를 한잔씩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과자도 한아름 샀다. 해가 완전히 떨어지면 맥주와 함께 먹을 안주였다. 동네를 돌아다녀봤으나 한국 사람은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 아니, 관광객 자체가 별로 없었다. 넉넉하게 사온 맥주와 과자를 먹을 사람은 결국 나와 누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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