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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인도] #58 3번의 환승은 할 짓이 못된다.

by 곰같은 남자 2022. 11. 24.
인도, 델리 - 2014. 2. 4 ~ 5

 

델리 공항으로 가기 위해서 편하게 택시를 탈 수도 있었지만, 인도 루피를 일정에 맞춰 거의 다 쓴 상태였기에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 허름한 지하철 내부 모습을 생각했지만 개통된 지 얼마 되지 않았는지 상당히 깨끗했다. 

공항에 도착하여 발권 장소를 찾고 있는데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인도인이 다가왔다. 그러고는 나의 가방과 짐을 자신의 카트에 올리라 말했다. 그의 단정한 정장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그냥 단순한 공항의 친절한 직원의 선행이라 생각했는지는 몰라도 나는 순순히 내 가방을 그의 카트에 올렸다.

엘리베이터 앞까지 데려다준 그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돈을 요구했다. 실제로 카트를 밀어준 시간은 약 30초 내외였을 정도로 가까웠다. 그러나 뭐에 홀린 듯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지체 없이 지갑을 열었다. 모든 지폐와 동전을 합쳐도 그가 요구한 150루피는 없었다. 주머니에 있는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결국 그에게 돈을 주었다.

 

 

배낭을 다시 메고 항공사 카운터로 갔다. 목적지는 이스탄불인데 최대한 비행기 티켓을 저렴하게 사느라 무려 3번의 환승을 해야 하는 항공권을 구매했다. 항공사도 달랐기 때문에 델리에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은 한 장만 받을 수 있었다. 짐을 수화물로 부치면서 그에게 나머지 두장의 비행기 티켓은 어떻게 발급받는 건지 물어보니까 별 다른 대답 없이 일단 뭄바이로 가서 확인하라고 했다. 뭔가 불안했지만 별일 있겠나 싶은 마음으로 정확히 알아보지 않고 게이트를 통과했다. 

 

델리에서 뭄바이까지의 짧은 비행을 마치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새벽 비행기 출발이었으므로 조금 분주하게 나머지 두장의 비행기 티켓 발권을 위해 돌아다녔다. 그러나 공항의 규모가 너무 크고 복잡했다. 이 길이 이 길 같고, 저 길이 저 길 같았다. 공항 직원에게 물어보려 했으나 새벽 시간이라 사람도 없었고, 물어보면 대부분 잘 모른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환승 게이트를 빠져나가서 알아볼까 했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하면 문제가 복잡해질 것 같은 일단 잠자코 기다리기로 했다. 

 

하염없이 시간을 흘렀다. 불안한 마음에 다시 돌아다니며 사람들에게 정보를 수집했으나 여전히 속 시원한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 진짜 멘털이 나갈 거 같았다. 비행기 탑승 시간은 앞으로 약 2시간밖에 남지 않았는데 탑승 수속을 어디서 할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었다. 

길을 계속 돌아다니는데 아까는 자리에 없었던 인포 직원이 자리로 돌아와 있었다.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었고 그녀 덕분에 다행히도 내가 탑승해야 할 항공사의 발권 카운터를 찾을 수 있었다. 

 

공항 내부 게이트
공항 내부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불안해하지 않으려 했지만, 비행기 탑승 1시간 전까지 항공사 직원들이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항공사 카운터를 잘 못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이라도 다시 찾아봐야 하는 것인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 고민하고 있는 찰나. 설렁설렁 직원들이 카운터로 복귀했다. 그러고는 신나게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몇몇의 외국인 여행자들이 다가가 상황을 물어보고 발권을 시도했지만 모두 고개를 숙이고 다시 돌아와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나는 이상한 안도감이 들었다. 아,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몇몇은 더 있는 거구나.

결국 항공권 탑승 시간 40분을 남겨두고 발권을 시작했다. 중간쯤에 서서 2장의 티켓을 받았다. 그러고는 바로 옆에 이어진 탑승게이트를 따라 비행기에 올라탔다. 

 

짧은 비행을 마친 후 다시 환승을 하려 공항에 내리니 터번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한쪽에는 이슬람교도들을 위한 기도실도 마련되어있었다. 이제야 서아시아에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스탄불 비행기에 다시 탑승을 하고 기내식을 먹으니 드디어 나의 목적지인 이스탄불에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리며 생각했다. 3번의 환승은 미친 짓이라고, 잠을 제대로 잔 적이 거의 없었기에 몸이 녹초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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