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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태국] #9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졌다.

by 곰같은 남자 2021. 2. 11.
태국, 방콕 - 2013. 12. 08

 

많은 여행자들이 빠이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오토바이를 일 단위 혹은 주 단위로 렌트한다. 마을을 돌아다니는 마땅한 대중교통이 없기에 오토바이가 없으면 메인 거리를 빠져나가기가 만만치 않다. 그러나 오토바이가 필수품인 이 마을에서  나는 오토바이를 탈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아니, 오토바이를 탈 줄 모르는 정도가 아니라, 오토바이 타는 것을 정말 무서워했다.

어딘가를 가기 위해서 형들의 오토바이 뒷자리에 앉으면 손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 그들의 어깨에 긴장한 내 손을 올려놓으면 어깨에 내 손바닥의 땀이 그대로 그들의 옷에 스며들었다. 항상 미안했다.

 

하루는 그들과 함께 자그마한 전망대를 가기로 했다. 긴장하여 흐르는 내 땀이 찝찝할 만도 할 텐데, 그들은 뒷자리에 나를 태우는 것을 그리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다. 빠이 시내에서 빠져나와 꽤나 오랜 시간을 달려간 그곳에 도착했을 때 역시나 그들의 어깨는 축축한 내 땀이 선명했다. 

 

 

전망대에서는 녹차 한잔과 몇 가지 과자를 기본으로 제공했다. 천천히 편하게 쉬다 가라고 리필까지 해주는 고마운 곳이었다. 우와~ 하고 입이 딱 벌어질만한 풍경은 아니지만, 아주 소박하고 조용한 풍경 속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장소였다. 따뜻했다. 좋은 사람과 함께 갔기에 더욱 따뜻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뜨거운 해가 들지 않는 그늘에 앉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눴다.

깊어지는 이야기만큼 사람과 사람 사이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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