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우본랏차타니 - 2013. 12. 19
태국 버스를 타본 사람은 안다. 정말 냉동고가 따로 없다. 처음 태국 버스를 탄 날, 왜 사람들이 가방 속에서 주섬주섬 두터운 옷을 꺼내어 입고, 자리마다 있는 담요를 몸에 칭칭 두르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날, 버스 안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한숨도 못 잤다. 이후 태국 버스를 앞에 두면 무조건 있는 옷 없는 옷을 다 꺼내 입었다. 그래도, 추웠다.
도대체 왜 이렇게 강하게 에어컨을 트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요를 없애고 에어컨을 약하게 틀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태국이 더운 나라이다 보니 에어컨을 심장이 얼어붙기 직전까지 트는 게 그 어떤 서비스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싶은 마음도 든다. 이것 말고는 뼈가 시릴 정도로 에어컨을 강하게 틀 이유가 없었다.
버스는 내가 오들오들 떨든 말든 아침 6시에 우본랏차타니에 도착했다. 여기서 라오스행 버스로 환승을 해야만 했다. 아쉽게도 버스터미널이 연결되어있지 않았기에 택시를 타야만 했다. 혼자 타면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주변의 여행객들에게 쉐어를 요청했지만, 대부분 거절했다. 하루 자고 간다고 말하거나, 그냥 별로 원치 않아했다.
느낌상 라오스행 버스터미널까지 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인터넷으로 알아봤을 때 라오스행 버스가 아침 7시에 한대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혼자 택시를 잡아탔다.
라오스행 버스터미널은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고요했다. 미리 버스표를 사두려고 창구를 둘러보니 다른 곳으로 향하는 버스의 표 창구는 전부 열려있었는데, 딱 한 곳 나의 목적지인 방비엔행 버스 창구만이 닫혀있었다. 옆 창구 직원에게 몇 시에 버스표를 살 수 있는지 물어봤으니 진심으로 완전 귀찮다는 표정으로 기다리라고만 말했다.
7시가 넘었다. 창구는 열릴 생각이 없었다. 슬슬 불안해졌다. 옆 창구 직원에게 다시 물어보기가 무서웠다. 진짜 귀찮은 티를 내도 너무 많이 냈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버스터미널을 청소하시는 할아버지가 보여 손짓발짓으로 여쭤보니 8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고 하였다. 정말 고마웠다. 바로 이어서, 깊은 빡침이 몰려왔다.
'아니, 그냥 옆 창구 직원이 8시 반이라고 말해줘도 되잖아?! 그럼 모두가 편한 거 아니야?!'
불안감이 해소되니 배가 고팠다. 식당을 가려고 하는데 대합실로 커다란 배낭을 멘 한국인 두명이 걸어 들어왔다. 배낭을 털썩하고 내려놓는데, 태극기가 대문짝만 하게 붙어있었다. 간단히 서로 인사를 나누고 나는 식당으로 향했다. 일단, 밥이 먼저였다. 정말 배가 고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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