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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태국] #4 빨간 썽태우, 황금, 계단, 스님뿐이었다.

by 곰같은 남자 2021. 1. 8.
태국, 치앙마이 - 2013. 12. 10 ~ 11

 

치앙마이는 그저 그런 도시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득달같이 달려들어 어떻게든 돈을 더 받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썽태우 기사들, 생각보다 평범한 대도시, 썽태우, 뚝뚝, 자동차, 택시들의 시끄러운 소음, 매력적이지 않은 트래킹 코스, 잔혹하게 훈련받았을 코끼리 타기, 지나치게 상업화되어 버린 고산족 문화 투어.

 

그러나 이 멀리 타국까지 와서 아무것도 안 하고 방 안에만 있을 수는 없었다. 우연찮게 식당에서 만난 여성 두 분과 동행을 하게 되어서 도이수텝을 갔다. 처음으로 그녀들이 내 얼굴이 나온 사진을 찍어주었다. 길고 높은 계단을 올라 만난 황금사원은 아름다웠다. 한쪽에서 사람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궁금하여 가보니 건물 안에 계신 스님께서 태국인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있었다. 나 또한 1년 간의 여행이 무사히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에 축복을 받고 싶었다. 줄 맨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린 후, 방 안으로 들어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스님께서 영어로 물었다.

"어느나라에서 왔나요?"

대답했다. "한국에서 왔습니다."

스님이 상쾌한 물을 나에게 뿌리며 한국말로 말씀하셨다.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정말 많은 한국이들이 방문했나 보다.

맞춤형 축복이었다.

 

한 나라안에서 도시마다 여행을 하며 유적지를 보면 생김새나 색감, 느낌이 비슷하다. 그러다 보니 처음 감탄의 여운이 길게 남는 유적지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도이수텝 역시 그러하였다.

나에게, 도이수텝의 기억은 빨간 썽태우, 황금, 계단, 스님뿐이었다.

 

두 분의 여성 여행자와 헤어지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한 남자가 방 안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차분한 인생의 호감형 얼굴이었다. 목소리의 톤과 무드는 신뢰가 가는 나긋나긋한 말투였다. 그와 여행 이야기를 하다 보니 그도 내가 갈 다음 여행지인 빠이로 이동한다고 하였다. 그에게 연락처를 받고 서로의 침대로 헤어졌다.

빠이에 도착하면 연락을 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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