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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인도] #52 아프다. 죽을만큼 아프다.

by 곰같은 남자 2022. 5. 27.
인도, 바라나시 - 2014. 1. 21 ~ 30

며칠 전부터 머리가 멍한 게 몸이 축축 쳐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네팔 안나푸르나 산행의 피로가 이제야 나타나는 것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으나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오랜 시간 한국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심리적인 피로감이 아닐까 싶은 마음도 들었다. 그렇기에 미세한 몸의 신호를 무시하고는 술을 마셨고, 조금 추운 날에도 가트에 나가 사색에 빠지는 일을 멈추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일상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점점 잠을 자는 시간이 늘어났다. 아침 짜이를 한 잔 마시러 나갈 시간이 한참 지난 10시, 11시가 되어야 눈이 떠졌고, 밤에는 몸이 너무 힘들어서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점심 식사시간에도 젖은 수건 마냥 몸이 축축 늘어졌다. 병원을 갈까 했지만, 말도 통하지 않고 이 정도 피로감에 병원을 가기도 애매하다는 마음에 며칠을 보냈다.

좀 지나면 나아지겠지. 며칠 이러고 말겠지.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어느 날 점심 식사 시간 무렵에 눈을 떴는데 몸을 움직일 수가 없을 정도로 아팠다. 몸에서는 열이 끓어올랐고, 침대 밖으로 서는 순간 머리가 핑 돌아 서 있기가 어려웠다. 몹시 갈증이 나서 2리터 페트병에 담겨있는 물을 계속해서 마셨지만, 물조차 몸에 흡수가 되는 느낌이 아니었다.

정말, 아팠다. 머리카락부터 발톱까지 아팠다. 몸속도 아팠다. 이제야 큰일이 나는 거 아닐까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병원에 갈 힘도 없었다. 아니, 더 나의 깊숙한 내면에 자리잡고 있던 것은 외국에서 보험처리가 안되니 엄청난 진료비가 청구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미련스러운 고민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

피로감과 고통이 최고조에 다달았을 때에는 하루에 20시간을 넘게 잤다. 음식도 먹지 않았다. 음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았다. 가끔씩 옆방에 안면을 튼 누나가 찾아와 몸 상태를 확인하고, 요기를 할 수 있는 작은 간식거리를 사다 주었다. 간신히 몸으로 밀어 넣고 물을 마신 후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약 3일이 지난 후에야 몸이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왔다. 한국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 한국 음식점으로 찾아가 김치 볶음밥을 먹으면서 '내가 왜 이렇게 아팠을까?' 고민해보니, 이유는 숙소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내가 10일간 머물던 숙소는 창문이 없었다. 복도쪽으로 창문이 나있었지만, 사람들이 지나다니면서 볼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문을 닫아놓고 생활을 했다. 환풍도 안되고 햇빛이 들어오지도 않았다. 방문을 열고 들어오면 살짝 쾌쾌한 냄새가 났는데 아마 곰팡이가 핀 것 같았다. 거기에 내가 널어놓은 빨래들까지 있었으니 거주하는 환경으로는 좋지 못한 곳이었다. 더블 베드룸 하루 150루피라는 싼 가격에 머물렀지만 결국 시간만 버린 꼴이 되었다.

 

숙소를 옮기면서 바라나시에 며칠 더 머물까 고민했으나, 결국은 체크아웃을 하고 바라나시를 떠나기로 했다. 이미 두번째 방문이었고, 오래 쉰 만큼 텐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었다. 매일 나에게 끼니를 챙겨주던 누나에게 바라나시를 떠날 거라 이야기하니, 자기도 바라나시를 떠날 때가 되었다며 함께 이동하자고 했다. 1달이 넘는 시간 동안 바라나시에 있었더니 이제 다른 곳으로 가고 싶다 하였다. 컨디션을 조금 더 회복하고 이틀 후 바라나시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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