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오르차 - 2014. 1. 31
바라나시를 떠나기로 결심했을 때 원래의 목적지는 푸쉬카르였다. 그러나 함께 바라나시를 떠나기로 한 옆 방의 누나가 이미 푸쉬카르를 가본 적이 있었기에 목적지를 바꾸기로 하였다.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게스트하우스 주인이 지나가면서 추천한 곳이 오르차였다. 처음 들어본 도시였지만 인도 현지인이 추천한 곳이기도 했고 인터넷을 검색하여 사진을 보니 꽤나 매력적인 도시로 보였기에 우리는 오르차를 다음 목적지로 결정했다.
그동안 아팠던 몸을 회복할 겸 이틀의 시간을 더 바라나시에서 보내기로 했다. 그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이 찾아와 약과 음식을 사다 주었고 방의 환기를 도와주었다. 떠나기 전까지 완벽하게 몸상태를 회복하지는 못했으나 이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없다고 판단되었다. 주변의 사람들은 며칠 더 머물다가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지만 이미 마음에 결정을 했기에 바라나시에서 기차를 탔다. 우리의 목적지는 오르차로 들어가기 위한 베이스캠프, 잔시였다.
새벽 기차에서 푹 잠을 자고 나니 해가 중천에 떠 있었다.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움직여보니 어제보다는 몸 상태가 훨씬 좋았다. 어퍼 칸 침대를 펴고 침대에 누워있으니 곧 잔시에 도착했다.
인터넷에서 검색했을 때 잔시에서 오르차로 가는 버스가 있다는 정보를 이미 알아둔 상태였으므로, 우리는 당연히 버스를 타고 갈 계획이었다. 하지만 잔시의 무자비한 릭샤꾼들은 우리를 정신없이 몰아쳤고, 순식간에 주위를 둘러쌌다.
나와 누나는 어느 정도 자신의 몸을 지킬 줄 아는 여행자였다. 릭샤꾼들 사이를 빠져나와 오르차행 버스를 수배했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꽤 멀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릭샤꾼들 한복판으로 뛰어들어갔다. 경매를 붙이는 수밖에 없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한 명, 두 명 떨어져 나갔고 마지막 남은 릭샤꾼이 나에게 팔짱을 끼며 따라오라 하였다.
나와 누나의 가방을 받아 릭샤에 넣고는 이제 '오르차'로 가자며 가격도 흥정한 가격과도 다르게 제시했다. 우리를 우습게 봐도 너무 우습게 본다는 생각에 가방을 빼고는 릭샤에서 내리니 그제야 그가 이야기했다. 잔시에서 오르차로 가는 버스는 사라졌다고.
징하다... 이 놈... 참 징하다... 물론 그 릭샤꾼도 우리를 보고는 이 놈들 참 징하다... 생각했겠지만, 그의 거짓말에 화가 났기에 다른 릭샤꾼을 구하러 간다고 하니 그가 내 팔을 잡았다. 그러고는 제발 자신의 말을 믿어달라며 우선 잔시 버스터미널로 데려다주겠다고 하였다. 만약에 오르차행 버스가 없으면 그의 릭샤를 타자는 옵션도 덧붙였다.
기차역에서 버스터미널은 멀지 않았다. 정류장에 도착하여 훼방을 놓을지도 모르는 릭샤꾼의 눈을 피해 현지인들에게 오르차행 버스를 수배해봤지만 정말로 버스가 없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대로로 나와보니 오르차행 버스가 아닌, 오르차행 릭샤가 운행되고 있었다. 아주 저렴하고 합리적인 가격에 운행되는 릭샤였다.
고개를 돌려 우리를 잔시 버스정류장에 데려다준 릭샤꾼을 쳐다보니 공쳤다는 표정으로 릭샤를 끌고 자리를 떠났다.
오르차행 릭샤는 사람을 태울 수 있을 때까지 태우고는 출발했다. 그 작은 릭샤 안에 낑겨앉고, 무릎 위에 앉고, 쪼그려 앉고, 매달려서 약 10명의 사람이 탑승했다. 앞으로 나아갈까 심히 걱정이 되었지만 꽤나 빠르게 잘 달렸다. 그렇게 우리는 동화 같은 마을, 오르차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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