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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여행 생각

[발칙한 여행 생각] #2 여행의 묘미, 낯선 사람과 시간을 공유한다는 것

by 곰같은 남자 2020. 12. 24.

여행 중 문득문득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하고 기록했습니다. 

다이나믹 세계일주

방방곡곡 세계여행

함께 읽어주시면 더욱 풍성한 감정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 내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어느정도 보이지 않는 경계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순대국밥집에서 시원하게 해장을 하고 나온 내가, 옆 냉면가게에서 비빔냉면을 먹고 나온 여자분을 만났다고 치자. 나와 그녀가 서로 인사를 하고 그날의 목적지가 같아지는 일은 가능성이 없다. 지나가는 아리따운 여성분에게 "오늘 하루 같이 시간을 보낼까요?"는 쌍팔년대 나이트클럽에서나 볼 수 있다. 하지만 여행에서는 가능하다. 방금 우연찮게 만난 여성분과 주변 아름다운 거리를 산책한 후, 저렴하지만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맥주 한잔.

물론 쉽게 만났던 것처럼 쉽게 헤어짐이 다가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모든 여행자들 또한 사람이기에 헤어짐에서 오는 슬픔, 쓸쓸함, 다시 찾아오는 고독, 혼자라는 두려움을 마주한다. 그러나 금새 다시 설렌다. 다른 누군가를 만난다는 기쁨, 흥분. 다시 둘이 되었다는 안도감.

 

 

적지 않은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쉽게 연락이 끊어질 수도 있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안부를 묻고 정기적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음에 참으로 감사하다.

그때의 그들은,

손톱, 발톱에는 시커먼 때가 껴있고 머리는 부스스하여 "이 사람이 오늘 씻긴 했을까?" 라는 궁금증을 주는 얼굴있었고,

어제 입은 옷을 오늘 입고, 오늘 입은 옷을 다시 내일 입고, 다시 내일 입은 옷은 분명히 그 다음날 또 입을거라는 예상이 빗나가지 않는 그들의 엄청난 의류애(愛)를 자랑했으나, 

한국에 돌아오면 달랐다. 세상에 둘도 없는 미남, 미녀들이 되어나타났다. 깔끔한 손톱, 헤어 미용 제품으로 정리된 머리카락, 분장을 뛰어넘는 성형의혹까지.

 

그러나 마음이 편했다. 어색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로는 느꼈다. 그 곳에서 만났던 그들을 다시 만났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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