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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여행] #12 인도 현지 결혼식을 구경하는데 느낌이 쎄하다...

by 곰같은 남자 2021. 12. 14.
인도, 우다이푸르 - 2012. 2. 12

 

아침부터 속이 좋지 않았다. 꾸르렁꾸르렁 거리는 게 불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겠지라는 마음으로 방에서 나왔다. 아침 식사는 자가트 게스트하우스에서 인도 가정식을 먹기로 했다. 어제부터 집주인 내외가 한 끼만 먹으라고, 먹으라고 노래를 불러서 어쩔 수 없이 약속을 해둔 상태였다. 물론 당연히 돈은 지불하는 것이었다. 

탈리가 나왔는데 속이 너무 안 좋아서 많이 먹지는 못했다. 다행히도 일행들은 입맛에 맞았는지 맛있게 먹었다고 하였다. 오늘은 우다이푸르 시티 팰리스를 가기로 했기에 점심 식사 시간 전 길을 나섰다.

 

시티 팰리스를 가기 전 작디쉬 사원을 먼저 들렀다. 올라가는 계단에 수도자들이 줄지어 앉아있어서 사진을 한 장 찍으니 돈을 달라고 내밀었다. 돈을 줄까 고민하는데 고민하는 내 모습 때문이었는지 수도자가 손을 거둬들였다. 

안에는 기도가 한창이었다. 기도라기보다는 흥겨운 노래에 가까웠다. 특별히 볼 것은 없었지만 정교한 조각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작디쉬 사원 근처에 시티 팰리스가 있었다. 카메라를 소지할 경우 카메라 촬영 비용을 따로 내야 했기에 카메라는 챙겨가지 않았다. 사진은 핸드폰으로 찍어도 충분했다. 아쉽지만 이곳은 정말 볼 게 없었다. 나중에는 그냥 박물관에 구경 왔다는 마음으로 돌아다녔다. 돈을 내고 들어가서 보기에는 조금 아까웠다. 

 

내가 상상했던 느낌은 전혀 아니었고, 건물을 아름답지만 그 외에 무언가가 없었다. 그나마 귀여운 꼬마 아이를 만나 인사를 나누고 놀아준 기억만이 강하게 남아있을 뿐이었다. 모두들 실망을 했는지 시티 팰리스의 어떤 게 좋았고 예뻤다 등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 

 

나를 제외하고는 일행 모두 여자였는데 커피를 좋아했다. 유명한 빵집과 커피숍이 있다며 그곳으로 같이 가겠는지 물었다. 그러나 나와 동생은 돈이 다 떨어졌기에 환전을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함께 환전하러 돌아다니자고 하는 것도 이상하니 빵을 먹고 있으면 환전을 마친 후 가게로 찾아가겠다 하였다. 

4,820원에 환전을 하고 그들이 말한 가게로 찾아가니 이미 빵은 다 먹고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동생 커피를 한 잔 사주고 수다를 떨었다. 

 

사람들은 여행 준비를 참으로 많이 해왔다. 일행 중 한 명이 케이블카를 타고 우다이푸르 야경을 보는 곳이 있는데 같이 가는 게 어떨지 물었다. 이런 곳에 케이블카가 있다니, 나 역시 매우 구미가 당겼다. 시간도 많이 남았으니 천천히 걸어서 케이블카를 타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약 1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6명에서 수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가니 금세 도착했다. 

 

케이블카 티켓은 69루피, 115루피 두 종류가 있었다. 115루피 케이블카에는 황금이라도 발랐나 싶어서 뭐가 다른지 물어보니, 115루피 케이블카 티켓은 기다림 없이 바로 올라가고 69루피 케이블카 티켓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고 했다.

혹시나 안에 사람이 많아 시간이 늦어질까 봐 115루피 케이블카 티켓을 구매했다. 그러나 사람은 없었고 69루피 케이블카 티켓을 사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위로 올라가니 우다이푸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충분히 115루피의 값어치를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하면서 걷고 있는데 조금 넓은 광장에서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런 재미는 자리에 빠질 수가 있을까. 일행들이 우다이푸르 불빛을 구경하는 동안 아이들과 축구를 했다. 한 10여분 찼을까. 숨이 헐떡거려 도저히 더는 할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는 맛있는 것을 먹자며 뭐가 맛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있는데, 길 건너편에 밝은 조명이 가득하고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리는 곳이 보였다. 궁금한 마음에 다가가 보니 인도 현지 결혼식 중이었다.

'아,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지.'

입구에 있는 점잖게 생긴 노신사에게 안으로 들어가서 인도 사람들 결혼식을 보고 싶다 이야기하니 호탕하게 웃으면서 우리를 안으로 안내했다. 오! 예스! 인도 현지 결혼식을 구경한다는 기쁨도 있었지만 뷔페를 먹을 수 있다는 기쁨이 더욱 컸다. 

 

이미 예식은 끝났는지 사람들은 음식을 먹고 있었고 주인공인 신랑 신부는 사람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역시 어느 나라나 결혼식은 비슷비슷했다. 군침을 흘리며 뷔페 음식을 먹고 있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이 우리 곁으로 모여들었고, 사진을 찍자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늘어났다. 어느새 결혼식장의 주인공이 신랑 신부가 아니라 우리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차, 이건 아니다.'

일행들도 나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지 서로가 눈치를 보면서 식장을 나가자고 하였다.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식기를 내려놓고 얼른 나가려 하니, 젊은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다행히 얼굴에 불편한 기색은 없어 보였다.

그는 자신을 신랑의 친형이라 소개했다. 그리고는 신랑 신부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데, 가기 전에 같이 사진을 한 장 같이 찍어줄 수 있는지 물었다. 당연히 우리에게는 영광스러운 일이었고 이렇게라도 신랑 신부에게 좋은 기억을 남겨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모두가 흔쾌히 응했다. 

 

결혼식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니 몸이 아침보다 더 좋지 않았다. 설사를 시작했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씻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빨리 잠을 자야겠다 싶었다. 신발을 대충 벗어두고 침대에 뻗어버렸다.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아 아침에 조금이라도 몸에서 반응을 줄 때 약이라도 하나 먹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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