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소나울리 - 2014. 1. 20 오후
입국심사가 끝나자 몇몇의 호객꾼들이 "바라나시!, 고락푸르!"를 외치면서 달려왔다. 나는 로컬버스를 타고 바라나시를 갈 계획이었기에 그들을 보며 필요 없다는 손짓을 했으나 아주 끈질기게 한 명의 인도인이 따라왔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나는 지프차 운전수인데, 2명의 일본인 손님이 너를 발견하고 나를 보냈다. 너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데 따라와라"(첫 번째 거짓말)라고 했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일본 사람하고 같이 갈 이유가 없는데...?" 내가 대답하니 그가 다시 말했다. "아차, 미안하다. 그들은 한국사람인데 내가 일본 사람으로 착각했다."(두 번째 거짓말) 국적도 바꿔버리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지프차에 탈 생각은 없었으나 가격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생각 외로 비쌌다. 혹시라도 한국 사람이 지프차에 타고 있으면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할 마음에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나 역시, 한국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지프차 안에는 일행이 단 한 명도 모집되어있지 않았다.
"아 미안하다... 방금 지프차가 출발한 것 같다. 잠시 지프차에 타고 있으면 곧 그들을 따라 출발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먼저 출발한 지프 운전사에게 전화를 해두겠다."(세 번째 거짓말)
확인을 해보나 마나 거짓말일 테니 뒤에서 뭐라 떠들던 로컬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이 잘 보이지 않아 길을 가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로컬 버스 없어. 지프차 타야 돼. 따라와. 내가 싼 지프차 알아"(네 번째 거짓말)라고 말했다. 무시하고 길을 따라 좀 더 걸으니 간이 버스정류장이 나타났다. 버스가 2대 정차해 있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한쪽에서 짜이를 마시고 있는 운전사한테 출발시간을 물어보니 "5시"(다섯 번째 거짓말)라 했다.
약 30분 후에 출발이니 시간을 잘 맞춰왔다 생각하면 버스에 올라탔는데, 무려 7시가 되어도 버스는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손님이 없는데 출발 할리가 없었다. 밤 10시가 되어도 손님이 채워지지 않으면 갈지 안 갈지 장담이 안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근처 노점으로 갔다. 튀김의 가격을 물어보니 개당 5루피였다. 100루피를 주면서 4개 먹겠다고 하니 거스름돈을 돌려주는데 70루피뿐이었다.(여섯 번째 거짓말) 짜증 나게 하지 말고 10루피 더 달라고 하니까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튀김을 두 개 더 먹으라고 했다. 어차피 배가 고팠던 참이라 별생각 없이 지갑에 돈을 넣으려고 봤는데, 돈의 모양이 이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3장이 네팔 루피였다.(일곱 번째 거짓말) 당시 환율이 1 네팔 루피에 10원, 1인도 루피에 18원 정도 했으니 두배나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이었다. 화가 나서 인도 루피로 바꿔달라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네팔 루피를 꺼냈다. (여덟 번째 거짓말) 10루피가 없다고 한 것도 튀김 두 개를 더 팔기 위한 전략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돈을 주는 그가 내게 말했다.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의 지옥, 인도에 도착한 게 실감이 났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