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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

[세계일주 여행기, 인도] #47 밥먹듯 하는 인도인들의 거짓말

by 곰같은 남자 2022. 4. 2.
인도, 소나울리 - 2014. 1. 20 오후

 

입국심사가 끝나자 몇몇의 호객꾼들이 "바라나시!, 고락푸르!"를 외치면서 달려왔다. 나는 로컬버스를 타고 바라나시를 갈 계획이었기에 그들을 보며 필요 없다는 손짓을 했으나 아주 끈질기게 한 명의 인도인이 따라왔다. 그가 나에게 말하기를 "나는 지프차 운전수인데, 2명의 일본인 손님이 너를 발견하고 나를 보냈다. 너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데 따라와라"(첫 번째 거짓말)라고 했다. 

"나는 한국 사람인데, 일본 사람하고 같이 갈 이유가 없는데...?" 내가 대답하니 그가 다시 말했다. "아차, 미안하다. 그들은 한국사람인데 내가 일본 사람으로 착각했다."(두 번째 거짓말) 국적도 바꿔버리는 대단한 녀석이었다.

 

 

지프차에 탈 생각은 없었으나 가격이 궁금하여 물어보니 생각 외로 비쌌다. 혹시라도 한국 사람이 지프차에 타고 있으면 같이 버스를 타고 가자할 마음에 그를 따라나섰다. 그러나 역시, 한국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지프차 안에는 일행이 단 한 명도 모집되어있지 않았다. 

"아 미안하다... 방금 지프차가 출발한 것 같다. 잠시 지프차에 타고 있으면 곧 그들을 따라 출발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아라. 내가 먼저 출발한 지프 운전사에게 전화를 해두겠다."(세 번째 거짓말)

확인을 해보나 마나 거짓말일 테니 뒤에서 뭐라 떠들던 로컬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흙길 오른쪽에 정차되어있는 녹색 버스와 버스 뒤에 두명의 남자가 마주보고 서있는 사진
버스와 두명의 사람

버스정류장이 잘 보이지 않아 길을 가는 사람한테 물어보니 "로컬 버스 없어. 지프차 타야 돼. 따라와. 내가 싼 지프차 알아"(네 번째 거짓말)라고 말했다. 무시하고 길을 따라 좀 더 걸으니 간이 버스정류장이 나타났다. 버스가 2대 정차해 있었는데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 한쪽에서 짜이를 마시고 있는 운전사한테 출발시간을 물어보니 "5시"(다섯 번째 거짓말)라 했다. 

약 30분 후에 출발이니 시간을 잘 맞춰왔다 생각하면 버스에 올라탔는데, 무려 7시가 되어도 버스는 출발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손님이 없는데 출발 할리가 없었다. 밤 10시가 되어도 손님이 채워지지 않으면 갈지 안 갈지 장담이 안되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질 것 같아서 근처 노점으로 갔다. 튀김의 가격을 물어보니 개당 5루피였다. 100루피를 주면서 4개 먹겠다고 하니 거스름돈을 돌려주는데 70루피뿐이었다.(여섯 번째 거짓말) 짜증 나게 하지 말고 10루피 더 달라고 하니까 거스름돈이 없다면서 튀김을 두 개 더 먹으라고 했다. 어차피 배가 고팠던 참이라 별생각 없이 지갑에 돈을 넣으려고 봤는데, 돈의 모양이 이상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3장이 네팔 루피였다.(일곱 번째 거짓말) 당시 환율이 1 네팔 루피에 10원, 1인도 루피에 18원 정도 했으니 두배나 사기를 치려고 했던 것이었다. 화가 나서 인도 루피로 바꿔달라니까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네팔 루피를 꺼냈다. (여덟 번째 거짓말) 10루피가 없다고 한 것도 튀김 두 개를 더 팔기 위한 전략일 뿐이었다. 

 

그리고는 돈을 주는 그가 내게 말했다. 

"노 프라블럼" 

노 프라블럼의 지옥, 인도에 도착한 게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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