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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여행] #15 최악의 여행지 파테푸르 시크리

by 곰같은 남자 2022. 2. 16.
인도, 파테푸르 시크리 - 2012. 2. 15

 

어제 저녁식사 자리에서 만난 사진 기자 아저씨와 약속한 모스크 구경은 가지 못했다. 새벽 5시 알람을 맞춰놨지만 나와 동생 모두 듣지 못했다. 늦은 아침 식사를 하며 혹시나 하고 찾아봤지만 게스트하우스 식당에 아저씨는 자리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 토스트와 팬케익으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했다.

체크아웃을 하기 위해 짐을 싸고 모스크로 가려는데, 게스트하우스의 꼬마 직원인 조뚜가 다가왔다.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작은 기념품 가게를 구경해주면 공짜로 가이드 역할을 해주겠다고 하였다. 우리 모두 조뚜의 재치 있는 입담과 어린아이 같지 않은 넉살에 두둑이 팁을 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의 가게에 들르기로 했다. 팁은 팁대로 주고 물건도 괜찮은 게 있으면 하나씩 사자는 게 우리 생각이었다. 

 

 

모스크 바로 앞에 조뚜의 가게가 있었다. 아니 노점에 가까웠다. 그는 우리의 팔짱을 끼고 기념품 가게에서 여러 가지 물건을 소개해주었다. 우리 역시 물건을 하나씩 사줄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마음을 활짝 열어 놓고 제품들을 살펴봤는데, 가격이 너무 비쌌다. 아주 조그마한 장식품 하나가 1,000루피가 넘었다. 100루피에 팔아도 살까 말까 할 아주 조악한 제품들이었다. 

나는 어차피 돈이 넉넉하지 않은 여행자였기에 일찌감치 자리를 피했고, 일행 중 한 명은 살 생각은 없지만 조뚜의 성의를 봐서라도 2~3분 정도 구경을 해준 후 자리를 뜨겠다고 하였다. 모스크를 구경한다 이야기하고 나만 먼저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모스크 내부는 크게 볼 것은 없었다. 넓은 대광장의 느낌과 비슷했고, 사진을 찍어도 모습이 비슷했기에 흥미가 떨어졌다. 잠시 후 일행들 쇼핑을 마친 듯 내 쪽으로 다가왔는데 다들 기분이 매우 좋지 않은 표정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니, 아주 화가 난 말투로 말을 했다.

"글쎄, 쇼핑을 마치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오니까 조뚜가 계속 따라오면서 강제로 가게로 끌고 가려고 하잖아. 심지어 내 주머니에 손을 넣어가지고 돈을 막 꺼내가려 했다니까? 나중에는 모스크 밖에 벗어둔 신발을 빼앗아 가지고 자기가 맡아줬으니 보관료로 1,000루피를 달라는 거야! 정말 정이 뚝 떨어진다. 나 여기 더 있기가 싫으니까 먼저 내려갈게 이따 숙소에서 보자..."

결국 일행은 제대로 모스크 구경도 하지 못한 채 마을로 돌아갔다. 

 

파테푸르 시크리의 모스크 대광장과 하얀색 건물
모스크 광장

참으로 아쉬웠다. 어젯밤부터 일행 모두가 그의 기분 좋은 서비스 덕에 깊은 고마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없는 형편에 조금씩 자발적으로 모아 팁을 주기로 했는데 자신의 복을 자신이 걷어차버린 꼴이 되었다. 우리가 모은 돈이 적은 돈이 아니었다. 아이에게 큰돈이 아니라, 일반 성인 인도인들에게도 꽤 큰돈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느낌은 일행들과 조뚜 사이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었다. 나도 어제부터 느끼고 있던 사실이었다. 뭔가 파테푸르 시크리의 사람들은 우리를 걸어 다니는 돈덩어리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굉장히 노골적으로, 아주 당당하게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달라고 했고, 아이들은 눈만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구걸을 시작했다. 적당히 거절을 하면 도가 지나 칠 정도로 우리의 뒤를 따라다니며 무서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 도시, 정말 빨리 떠나고 싶었다. 

 

모두의 기분만 상한채 게스트하우스에 들러 하루치 방값만 지불했다. 조뚜는 어디 갔는지 이미 자리에 없었다. 버스 스탠드로 가기 위한 그 짧은 거리에서도 사람들은 계속 돈을 요구했다. 이다지도 노골적으로 돈을 강요하는 도시는 처음이었다. 최악의 기억만을 가진채 파테푸르 시크리를 빠져나왔다. 

조드푸르부터 자이살메르, 쿠리, 우다이푸르를 같이 여행한 두 명의 일행과는 여기서 헤어져야만 했다. 그들은 아그라를 구경한 후였기에 델리로 간다고 하였고, 우리는 아그라의 타지마할을 관광한 후 바라나시로 가야만 했다. 둘이 델리행 버스를 타고 떠나기 전 마지막 기념촬영을 했다. 버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든 뒤에야 아쉬운 마음을 접어두고 타지마할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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