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처음 회사에 취직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고정적인 수입이 생겼으니 소비를 더 편하게 하기 위해, 관리가 귀찮은 현금을 들고 다니기 싫기에 신용카드를 발급받았습니다. 카드 한 장만 들고 다니면 당장 현금이 없더라도 언제든지 물건을 구매할 수 있으니 마구마구 편하게 쓱쓱 긁고 다녔지요.
다음 달, 피땀 흘려 번 월급이 입금되지 마자 '내가 이렇게나 많이 썼나...?' 싶은 돈이 훅 빠져나갔습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안 되겠다. 신용카드를 잘라버리고 현금을 들고 다니면서 써야겠다!' 하는 마음에 정말 가위로 신용카드를 잘라 버리고 현금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고 현금을 사용할까요? 그럴 리가요. 저는 신용카드를 아주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이지요. "헛으로 소비한 내 습관이 문제이지. 신용카드는 죄가 없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신용카드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을 제 나름대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석하여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무분별한 소비가 되고, 소비 내역 파악이 어렵다?
신용카드가 무분별한 소비를 만드는 게 아닙니다. 원래 무분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 신용카드 지출 도구를 만났을 뿐입니다.
이번 달 생활비로 현금 30만 원을 뽑아두고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30만 원이 다 떨어지면 아무런 소비도 안 하고 집에 누워서 잠만 자는 사람은 없습니다. 어쩔 수 없이 현금을 인출하게 되어있습니다. 일시적인 소비를 옥죄는 데에는 성공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신용카드가 없어도 소비할 사람은 어떻게든 소비합니다.
실제로 한 달에서 두 달 정도만 현금을 사용해보면, 현금이 신용카드보다 소비 내역 파악이 훨씬 어렵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신용카드는 사용할 시 언제 어디서든지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확인이 가능합니다. 가계부 애플리케이션도 잘 나와서 가계부 작성도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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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은 다릅니다. 사용하면 기록이 즉각 남지 않습니다. 그때그때 수기로 직접 기록해야 하는데 해보면 아십니다. 그게 얼마나 번거롭게 귀찮은 작업인지... 또한 동전 관리도 어렵습니다. 예전처럼 지갑에 동전을 넣는 곳이 없다 보니 결국 집에 방치됩니다.
한꺼번에 결재되기 때문에 목돈이 빠져나간다?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한 번에 큰돈이 빠져나가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사용 후 한꺼번에 후불 정산한다는 게 신용카드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실제로는 돈을 덜 내는 것이지요.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됩니다.
1일 날 사용한 금액을 다음 달 14일 날 결재하기 때문에 약 45일간의 '시간'이 존재합니다. 이는 곧 45일간의 투자가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은행이자 년 1% 통장에만 넣어놨다가 결재하면 대략 0.13% 할인을 받는 구조입니다.
작은 돈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1,000,000원을 쓰면 대략 1,300원입니다. 요즘 땅 파서 1,300원 벌기가 쉽지 않습니다. 즉 절대 안전 상품의 금리가 높으면 높을수록 저절로 신용카드사에 지불해야 할 실제 금액은 줄어들게 됩니다.
카드사 혜택이 초과 소비를 부추긴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실적 구간이라는 것을 만들어놓지는 않았겠지요.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현금으로 썼으면 받지 못할 혜택을 신용카드를 썼기에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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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신용카드를 써서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기보다 현금을 쓰면 아무것도 받을 수 없는 혜택을 아무 이유 없이 준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초과 지출을 통해 실적 구간을 맞추는 압박을 벗어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이지요.
"저번 달은 혜택을 받았는데 이번 달은 실적이 안돼서 혜택을 못 받았겠네? 뭐... 현금 썼으면 원래 못 받는 혜택이니까 상관없어~"
저는 어떨까요? 초과 소비를 합니다. 하지만 단순 소비가 아닌, 유통기한이 없는 물건, 책이나 휴지 따위를 사둡니다. 다음 달 그만큼 자연스럽게 소비액을 줄이고,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소비가 통제되고 관리가 되는 사람은 충분히 카드사 혜택을 위해 초과 소비를 해도 상관이 없습니다.
그러나 현재 소비 통제가 되지 않는 분은 과감하게 혜택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 어떤 혜택도 초과 소비보다 높은 혜택을 주는 카드사는 없습니다.
그래도 신용카드가 부담스럽다면,
체크카드를 사용하는 게 좋습니다. 현금과 신용카드의 장점을 합친 합리적인 도구라 생각합니다. 차후에 정산되는 시간의 혜택을 누릴 수는 없지만, 신용카드와 마찬가지로 소비 내역 파악이 쉽고, 현금보다 높은 할인 혜택이 있습니다. 연말 정산 시 신용카드보다 소득공제율이 높은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어떤 효율적인 소비보다 그냥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것이 목돈을 모으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조금 느리더라도 천천히 차곡차곡, 함께 걸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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