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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여행] #13 자신을 따라오라는 인도 현지 아이의 손짓

by 곰같은 남자 2022. 1. 11.
인도, 우다이푸르 - 2013. 2. 13

 

어제부터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는데 하루 자고 나니 몸이 그나마 괜찮아졌다. 물론 아직 설사는 계속되고 있었다. 조금 더 휴식을 취하면 몸이 좋아질 것 같았으나 이미 아그라로 떠나는 기차표를 예매해둔 상태였기에 오늘 우다이푸르를 떠나기로 했다. 체크아웃을 하면서 짐을 맡겨놓고 밖으로 나왔다. 

 

피촐라 호수를 연결해주는 다리를 건너면 한국음식을 파는 리틀 프린스라는 식당이 있었다. 얼마 전부터 다들 한국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여 오늘 아침식사는 리틀 프린스에서 하기로 했다. 배는 고팠지만 속이 울렁거려서 고민하는데, 동행친구가 준 지사제가 상당히 독한 편이라서 꼭 식사를 하고 먹으라고 권했기에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신기하게도 꾸역꾸역 넣으니 잘도 들어갔다. 

 

특별한 일정이 없이 오늘은 각자 헤어져서 일정을 보내고 게스트하우스에서 다시 만나기로 했다. 4명의 여자는 쇼핑을 갔고 나와 동생은 관광객이 바글거리는 시장을 피해 발길이 닿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피촐라 호수의 다리 위를 지나는데 낚싯대도 없이 낚싯줄로만 낚시를 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났다. 다가가서 나도 한번 해보고 싶다고 하니 웃으면서 낚싯줄을 넘겨주었다. 그들의 조언을 들으면서 물고기를 낚으려 해 봤지만 단 한 마리도 낚지 못했다. 볼 때는 쉬워 보였는데 막상 해보니 도대체 이 방법으로 낚시를 어떻게 하나 싶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미 시내하고는 꽤 떨어진 어느 한적한 골목길을 걷고 있었다. 길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강을 끼고 움직였는데 정확한 위치는 모르지만 지도를 살펴보니 파테 사가르 호수 어디쯤인 것 같았다. 다리가 아파 빨래를 하는 아낙들 근처에 앉아 쉬고 있는데 어여쁜 꼬마가 다가웠다. 어머니랑 같이 온 듯했다. 잠시 우리와 대화를 하다가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후다닥 뛰어갔다. 

 

'집으로 돌아가나 보네' 생각하는데 꼬마가 다시 되돌아와 아무 말 없이 손짓으로 우리를 불렀다. 가까이 가서 "따라오라는 거야?" 물어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대답을 했다. 그러고는 앞으로 조금 뛰어가서 따라오라고 손짓했고, 따라가면 또 앞으로 뛰어가서 따라오라 손짓했다. 아무래도 같이 가자는 뜻 같았다. 

 

조금씩 조금씩 꼬마를 따라가는데 느낌이 이상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도 별로 없었다. 물론 대낮의 한적한 마을이니 원래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일 수 있겠으나 민감함 촉이 발동했다. 그 순간 길거리에 앉아있는 할머니 한 명과 눈이 마주쳤는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우연의 일치일 확률이 100%이겠지만 확신이 섰다. 

'따라가면 안 되겠다'

일정 간격을 두고 따라오라 손짓하는 인도 아이에게 돌아간다는 제스처를 취하니 계속해서 우리를 불렀다. 더 있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동생을 데리고 도망치 듯 그곳에서 빠져나왔다. 

 

왼쪽 아이는 위의 이야기한 아이가 아닙니다.

골목길을 돌아 나와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시장에 도착했다. 동생이 전부터 팔찌와 숄을 사고 싶어 했기 때문에 기념품 겸으로 하나 구매하기로 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보이지 않아 계속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니 규모가 큰 현지인 시장이 나타났다. 나름 저렴한 가격에 질이 괜찮은 숄을 발견하여 선물로 하나를 사주었다. 

 

한참을 돌아다니다 보니 벌써 게스트하우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었다. 아그라로 떠나기 전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헤나를 하기로 했기 때문에 발걸음을 서둘렀다. 원래 계획은 동생만 하기로 했는데, 인도까지 와서 안 해보는 것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 나 또한 오른손에 헤나를 하기로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인도에서 남자는 헤나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다이푸르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도와준 게스트하우스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한 후 우리는 아그라로 가는 기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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