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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 여행] #5 8시간 버스를 타고 도착한 조드푸르

by 곰같은 남자 2021. 10. 24.
인도, 조드푸르 - 2012. 2. 6

 

아침 6시 반에 눈을 떴다. 자이푸르를 떠나 두 번째 여행지인 조드푸르로 향하는 날이었다. 첫 해외여행에서 만났던 게스트하우스 사장이었기에 나름 의미가 있어서 떠나기 전에 인사를 하려 찾아갔지만 자리에 없었다. 아쉽지만 종업원에게 방키를 전해주고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는 생각보다 청결했는데 의자가 너무 헤져서 쿠션감이 전혀 없었다. 그냥 딱딱한 나무 위에 앉은 느낌이었다. 버스 안내원은 할아버지였는데 콧수염이 아주 멋있는 분이었다. 

버스는 문이 고장 나서 닫히지가 않았다. 어차피 창문도 닫히지가 않았기 때문에 심각한 매연 문제는 열려있는 차문 때문만은 아니었다.

 

버스는 중간중간 정류소 비슷한 곳에 정차하고 5분 정도 쉬는 시간을 주었다. 그 사이 내릴 사람은 내렸고 탈 사람은 탔다. 신기한 것은 버스 안내원인 할아버지가 귀신같이 찾아내고 돈을 받는다는 것이었다. 한두 명쯤 놓칠만한데 기억력이 대단했다. 탄 사람도 아예 입 싹 씻고 숨어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다니면 적당히 눈을 마주쳐서 새로운 탑승객임을 알리는 듯했다. 

 

버스를 타고 4시간쯤 달리니 견딜만하던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6시간쯤 달리니 정신이 멍해졌다. 중간에 너무 배가 고파 사 먹은 바나나 2개로 허기를 달래며 8시간을 달려 낮 4시쯤 드디어 조드푸르에 도착했다. 

많은 호객꾼들에게 둘러싸였지만 영철이 형이 능숙하게 릭샤꾼들을 물리치고 우리를 안내했다. 가장 저렴하게 가격을 부르는 릭샤왈라의 릭샤를 타고 시계탑으로 향했다. 조드푸르에서는 시계탑 근처만 가면 밥, 숙소, 관광. 그 모든 게 해결된다고 하였다. 

우리는 형님의 의견에 따라 선라이즈라는 호텔에 묵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방이 깔끔하여 쉬기 좋았다. 특히 발코니로 나가는 문을 열면 햇빛이 방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루프탑 레스토랑에서는 메헤랑가드 포트의 전망을 가리는 벽이 있었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전망을 보여주는 숙소였다. 

 

우리는 핸드폰 유심을 교체하는 일이 가장 급했기 때문에 유심을 구매한 후에 식사를 하기로 했다. 조드푸르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시계탑 앞의 작은 잡화점 주인에게 유심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가게 주인이 스마트폰을 만질 줄 몰랐다.

그냥 유심을 구매해서 꽂으면 바로 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았다. 답답한 심정으로 왜 사람들이 인도 여행의 첫 시작점을 델리로 하는지 이해가 되었다. 

 

동생과 나의 핸드폰 유심 비용으로 600루피를 지불했지만 두 개의 핸드폰 모두 작동이 되지 않았다. 1시간이나 잡화점 가게 주인과 씨름했으나 더 이상 그에게 기대할 것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환불을 해줄 것 아니면 나와 함께 A/S 센터를 가자고 하니 그가 한참 동안 변명을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이 유심은 문제가 없으며 작동을 안 하는 것은 너네의 핸드폰 문제"라고 했다. 

 

이렇게 씨름을 하는 동안 영철이 형은 우리 옆에서 계속해서 기다려주었다. 그게 가장 미안했다. 결국 조드푸르에서의 첫날은 잡화점에서 시간을 다 보냈다. 형은 괜찮다면서 어차피 시간이 늦어서 갈 곳도 없다고 하였다. 잡화점 주인에게는 내일 다시 찾아오겠다고 이야기하고 저녁 식사를 하러 숙소로 돌아왔다. 

 

동생은 정말 분해하고 있었다. 뭔가 사기를 당한 느낌이 들었나 보다.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나도 마음속이 깔끔하지는 않았다. 이 핑계를 대고 탄두리 치킨과 맥주를 거하게 마시기로 했다. 

영철이 형은 인도 장기 여행자였기에 시간이 넉넉했다. 우리의 일정은 촉박했기에 내일 떠나야 했지만, 형은 조드푸르에서 며칠 더 머물다가 다른 도시로 이동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우리도 조금 더 있을까 고민했으나, 이제는 홀로서기를 할 때도 되었으므로 내일 밤 버스를 타고 자이살메르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밤이 되면 시계탑의 조명이 시간에 따라 바뀐다면서 영철이 형이 함께 나가서 사진도 찍고 구경하고 오자고 하였다. 어차피 방에 있는다고 할 것도 없었고 핸드폰도 작동이 안 되었기 때문에 형과 함께 나가서 사진을 찍고 밤의 조드푸르 골목을 구경하고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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