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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짧은 여행

[12' 인도 여행] #6 조드푸르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는 네 여자

by 곰같은 남자 2021. 10. 28.
인도, 조드푸르 - 2012. 2. 7 오전

 

밤 버스를 타고 자이살메르로 이동할 계획이었기에 영철이 형 방에 짐을 맡겨놓고 밖으로 나왔는데, 이른 아침부터 신기한 풍경을 만났다.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청소 도구를 들고 길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남자들은 하수구를 파고, 여자들은 도로의 쓰레기들을 빗자루로 쓸고 있었다. 도시에서 지정한 청소의 날이라도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길 한쪽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와 오물이 쌓여있었다. 하수 시스템이나 공공 도시 정비 인프라가 잘 구성되어있지 못하다 보니 발생하는 문제처럼 보였다. 

 

나는 사람들에게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미는 것을 매우 좋지 않게 생각했다. 그래서 사진을 찍을 때에도 대부분은 얼굴이 나오지 않는 뒷모습이거나, 풍경에 어쩔 수 없이 걸쳐진 사람들만 촬영을 했다.

그러나 인도 사람들은 카메라에 대한 거부감이 거의 없었다. 카메라를 들면 오히려 찍어달라고 아우성이었다. 그렇기에 오늘도 귀여운 아이들 사진과 좋은 사람들의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었다. 

 

조드푸르에는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오믈렛 가게가 있다. 시계탑 근처에 있는데, 줄을 서야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것은 오믈렛을 만드는 할아버지였다.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기계처럼 일했다. 꽤 오랜 시간 서서 쳐다봤는데 진짜 완벽한 루틴을 반복적으로 행동했다. 장사가 잘 되니 효율성이 극대화된 모습 같았다.

 

한국어로 대문짝만 하게 쓰인 '아말렛숍'이라는 글자를 보며 누가 적었을까 궁금함이 들었다. 한국 사람이 썼다고 하기에는 글자체가 조금 어색했다. 그러나 그런 게 뭐가 중요하겠는가. 맛만 있으면 되지. 오믈렛 하나당 40루피 정도로 기억하는데 한국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게 이해가 될 정도로 맛있게 먹었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어제 발생한 핸드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통신사 대리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잡화점 가게 주인한테 가서 "너도 함께 가야 돼"라고 말했으나, 끝까지 버티면서 가게 자리를 지켜야 하기에 함께 갈 수가 없다고 하였다. 더 이상 말을 섞기가 싫어 동생과 릭샤를 타고 둘만 통신사 대리점으로 향했다.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꾸역꾸역 설명을 하고 유심 불량 테스트를 요청했는데 여성 직원분이 매우 친절하셔서 천천히 내 이야기를 다 들어주셨다. 유심을 테스트해보겠다며 잠시 자리를 비웠는데 얼마 후 유심을 들고 돌아와서는 유심 자체가 불량품이 맞다고 하였다. 

 

판매처를 확인하고 미안하다며 새 유심을 공짜로 주었다. 유심 개통까지 도와주겠다고 하여 서비스 가입에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데 보증인이 없어서 가입이 어렵다고 하였다. 무슨, 유심을 구입하는데 보증인까지 필요하나 싶었으나, 인도 통신사 문화를 모르는 내가 할 말은 없었다. 

 

맥이 빠져 서류 작성을 멈추고 의자에 걸터앉아 있는데, 친절한 여자 직원이 우리에게 다가왔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정확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으나 자기 명의로 유심칩을 가입시켜주겠다고 하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그녀는 대신에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폐기만 잘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고개를 위아래로 크게 끄덕이면서 걱정 말라고 이야기했다. 잠시 안으로 들어간 그녀가 유심칩을 갖고 오면서 오후 6시쯤부터 사용이 가능할 것이라 이야기했다. 그제야 우리의 표정이 풀렸고, 크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는 밖으로 나왔다. 

 

오후에는 매해랑가드 포트를 방문하기로 했고, 자이푸르에서 환전한 돈도 많이 줄어들어서 미리 환전을 해두기로 했다. 환율이 좋은 곳을 찾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한국 여행자가 보여서 환율 좋은 환전소가 없는지 물어보니, 그도 지금 마음에 드는 환전소를 찾는 중이라 하였다. 

그런데 지금까지 100달러당 4,900인도 루피로 환전을 해주겠다고 한 게스트하우스가 제일 괜찮은 곳 같다며 자신과 함께 가겠냐고 물었다. 내가 알아볼 때에는 4,750~4,800 수준이었기 때문에 아주 높은 환전율이라 그를 따라가기로 했다.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해서 100달러를 주면서 4,900인도 루피로 바꿔달라고 하니, 그새 말을 싹 바꿔 4,800을 적용해주겠다고 하였다. 역시나 그럼 그렇지 라는 생각이 들었으나 4,800인도 루피도 낮은 환전율은 아니었다. 근방에서는 그래도 최고 높은 환전율이었기에 게스트하우스 주인에게 환전을 했다. 

 

그리고 잠시 게스트하우스를 둘러보는데 한국인으로 보이는 여자 4명이 분주하게 부엌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있었다. 인사도 할 겸, 궁금하기도 하여 들어가 보니 한국에서 한참 떨어진 이곳, 인도 라자스탄주 조드푸르 시 다이아몬드 게스트하우스에서 김치를 만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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