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 상품에 가입했는데 이자를 주는 게 아니라 이자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요? 아무도 예금 상품에 가입하지 않겠지요. 만약 누군가가 이자를 내면서 예금에 가입하면 "저 사람... 정신이 나갔나 봐..."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의 채권 시장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상황입니다. 뉴스에서도 XX국가의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지요.
그래서 오늘은, 채권 투자에서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6가지 주제 중,
4. 주식과 채권의 상관관계
5. 장단기 금리차의 의미
6. 마이너스 금리 채권
마지막 6번째,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내 돈 100만 원을 빌려주는 데 돈을 받아간 사람에게 이자까지 지급해주는 것입니다. 앉아서 원금을 까먹는 거지요. 상식적으로 제정신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이미 국채 시장에서는 상당 부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발행되고 있습니다.
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주요 선진국은 2019년부터, 스위스는 대략 2015년부터, 옆 나라 일본도 2016년부터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지속적으로 발행된다는 것은 분명 수요가 있기 뜻이겠지요. 사람들이 사지 않으면 점차 금리를 올려서 0% 이상의 금리 채권을 발행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왜 투자자들은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사는 걸까요?
마이너스 채권을 사는 이유 첫 번째,
만일 제가 누군가에게 돌멩이 하나를 1,000원에 샀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걸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갖가지 이유와 말발로 돌멩이를 팔기 위해 현혹시키겠지만, 본질은 단 하나입니다. 결국 누군가가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싸게 사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지요.
이는 마이너스 금리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라도 누군가가 제가 산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만 사주면 됩니다. 지금의 경기 상황이 안 좋아 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에게는 제가 가진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일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들이 많다면 수요가 몰려 제 채권의 가격은 올라가겠지요.
또는 실제로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내려가 채권 가격이 오르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채권 금리가 마이너스인지 아닌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위의 독일 10년 물 채권을 보면 마이너스 금리에 진입하고도 한참 동안 더 내려갑니다. 마이너스 금리로 돌아섰을 때 채권에 투자한 사람은 분명 돈을 벌었습니다.
마이너스 채권을 사는 이유 두 번째,
옆 나라 일본을 생각해보지요.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나긴 경기 침체를 겪었습니다. 갖고 있는 모든 자산과 물가가 폭락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빛을 보는 자산은 무엇일까요?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바로 현금입니다.
화폐의 명목상 금액은 변함이 없지만 물건값이 하락하면 화폐로 살 수 있는 것들이 점차 많아지니까요. 이를 실질 구매력이 증가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현금을 인출해서 집에 보관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입니다. 재수가 없어서 도둑을 맞을 수도 있고, 화재로 홀라당 다 타 버릴 수도 있습니다. 보관하는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저같이 몇 푼 없는 사람은 5만 원 권으로 서랍장에 보관할 수 있겠지만, 거대 기관이나 기업들은 어떨까요? 엄청난 리스크는 둘째 치고, 보관 비용부터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그렇기에 마이너스 금리 채권이라도 구매하게 됩니다. 보관도 수월하고 도둑맞을 위험도 없으니까요. 그리고 혹여나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게 되면 이자를 지불하더라도 실제 구매력의 증가로 이득이 날 수도 있습니다.
마이너스 채권을 사는 이유 세 번째,
큰돈을 운용하면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게 리스크 관리입니다. 운용 규모가 큰 만큼 작은 하락에도 엄청난 금액이 증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거대 자금을 운용하는 기관 투자자들은 필히 분산 투자를 합니다. 개인의 판단이 아닌, 내부에서 정한 룰에 맞춰 강제 분산 투자를 하게 되지요.
또한 정부의 규제로 인해 일정 부분 자국 국채에 강제로 투자를 하게 되어있기도 합니다.
마이너스 금리 채권에 투자하는 수요의 대부분은 기관 투자자들입니다. 일반 투자자가 아무리 사모은다고 하더라도 자금력의 한계가 있기에 티도 나지 않으며, 금리가 하향할 것으로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마이너스 금리 채권을 사모으는 일도 많지 않겠지요.
▶ 이로써 길었던 채권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파생 상품 트리오 선물, 옵션, 스왑 이야기로 11편을 발행했던 것 이후로 가장 긴 주제였습니다. 다음번에는 좀 쓰기 쉬운 주제로 몇 가지 가져와봐야겠습니다.
추천 글 : [ 파생상품의 이해. 기초자산부터 이해해요. ]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틀린 정보가 있다면 고견을 남겨주세요. 보답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성장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성공적인 투자 하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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