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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세계 일주58

[세계일주 이야기, 태국] #2 정갈한 양복. 신발은 삼선 쓰레빠. 태국, 방콕 - 2013. 12. 07 넓고 긴 도로다. 굳이 곧게 뻗을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니, 차라리 조금 구불거렸으면 좋겠다. 이 길 입구의 왼쪽 편에는 잼배를 치는 흑인 음악가가 있다. 잼배는 새 것의 느낌이 나지 않으며, 가죽에는 손때가 묻어있다. 그의 손에는 자신의 피나는 연습량을 보여주 듯 손가락 몇 군데에 밴드가 감겨있다. 그 반대편에는 아주 끈적거리는 재즈가 분위기를 살린다. 음, 피빛이라도 표현해도 좋을 정도로 진한 빨간 드레스를 입었는데, 두꺼운 금발의 웨이브가 인상적인 여성 음악가다. 아마도 Peggy Lee의 Black Coffee은 노래가 흐리지 않을까. 길의 입구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정신 없이 흔들어두니 그들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밀집해있다. 인파가 가득하다. 안쪽으로 들어.. 2020. 12. 22.
[세계일주 이야기] #1 나는 어쩌다가, 세계일주를...? 어쩌다 참으로 평범했다. 지극히도 평범한 학창시절을 보냈고, 지극히도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왔다. 그렇기에 안타깝게도 꽤 오랜 시간동안 대단히 멋있다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나보지는 못했었다. 그래도 세계일주를 떠날 23살 당시의 나에게, "참 사람이 멋지다."라고 느껴졌던 순간이 두 차례 있었는데, 첫번째 인물은 군대에서 본 군 변호사였다. 머리를 짧게 자른 채 눈알을 살짝만 돌려도 불호령이 떨어지던 그 때, 1,500명의 훈련병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그가 멋있었다. 그냥. 멋있었다. 아마도 군대라는 특수한 상황이 그를 더욱 빛나게 한 게 아닐까 싶다. 두번째 인물은 인도 자이살메르에서 만난 여자였다. 이름도 모르며, 성도 모른다.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그녀에게 나는, "인도 여행을 얼마.. 2020. 12. 18.